순천 ‘관광 두레’사업 활기… ‘쉼’에 문화를 입히다

입력 2021-07-07 22:38
옛날 농민들이 농번기에 농사일을 공동으로 하기 위해 부락이나 마을 단위로 만든 조직이 ‘두레’다. 요즘 이를 관광에 접목한 것이 ‘관광 두레’다.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지원·운용 중인 사업의 하나다. 지역의 관광 공동체를 발굴해 사업화 계획, 창업과 경영 개선까지 지원한다. 전남 순천에서 관광 두레 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문체부 주관 ‘2020 관광두레 주민사업체 공모’에 전국 최다인 8곳의 신규 주민사업체가 선정됐다. 색다른녀석들협동조합, 순천다움, The 감동, 유한책임회사 순천맥주, 밀림슈퍼 더캠핑, 남쪽동네, 철도역사문화사업단준비위원회, 樂자기치유여행이다.

순솝(SUN SOAP·The 감동)

순솝에서 진행되는 비누만들기 체험.

‘The 감동’은 순솝이 자리한 덕암동을 소리 나는 대로 적어서 만든 이름이다. 순천의 자연을 담은 비누 ‘순솝’을 내놓고 비누만들기 체험 등을 한다. 천연 비누를 통해 순천의 동천과 갯벌을 지키고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여행의 추억을 새기고 기억할 수 있는 기념품이다. 관광객들은 ‘생태 도시’ 순천을 함께 지켜나갈 것을 마음에 새기며 계면활성제가 없는 천연비누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 비누를 만드는 과정부터 담아내는 과정까지 모두 합성세제를 지양하는 친환경 제품이다. 비누는 순천만 습지의 하늘과 노을을 담는다. 순천 색 6가지를 정해 비누를 만든다.

밀림슈퍼

레트로풍을 간직한 공간인 밀림슈퍼 모습.

말쑥한 순천 중심부 한편에 아직 추억이 머뭇거리는 곳이 있다. 조곡동 동천변 키 낮은 지붕들 사이 멋스럽게 칠이 벗겨진 살구빛 2층 건물로 동네 슈퍼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공간이다. 1층 슈퍼와 2층 다방을 개조해 만든 레트로풍 커피전문점이다. 장독대, 유리문, 색이 다 빠져버린 포스터까지 밀림슈퍼는 추억에 젖게 한다. 건물에 들어서면 90년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에 나올 법한 구조와 가구들로 꾸며진 공간이 나온다. 오래된 찻잔과 유리컵이 담긴 자개장 가구도 옛 기억을 더듬게 한다. 2층에 오르면 벽 한 면을 차지한 화려한 자개장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조명과 디테일한 목작업이 된 천장은 아늑한 느낌을 준다. 방 한 칸은 포토존으로 꾸려졌다. 고장 난 텔레비전과 책을 배치해 손님들에게 옛날을 선사한다. ‘밀림슈퍼’ 현인석 대표가 설비 공사부터 미장, 합판 작업 등 기초 공사와 인테리어 마감까지 전부 주도해 ‘디자인이 들어있는 복합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밀림슈퍼는 새로운 사업을 준비 중이다. 멀지 않은 곳에 공방을 차리고 전기자전거 대여 사업을 시작한다.

하루 쉬어가기 좋은 다올재

전남 순천에서 다양한 형태의 관광 두레 사업이 활성화되고 있다. ‘순천의 인사동’으로 꼽히는 도심에 자리한 다올재 전경.

순천 도심에서 그리운 사람을 만나는 공간이다. 방도 독채도 한방차도 대기 중이다. 마셔보고 느껴보고 숙박하고 추억하는 공간이다. 방안에서 보는 나무 금목서 한 그루가 독보적이다.

책방 심다

독립서점을 꿈꾼다. 책마다 걸려있는 ‘추천글귀’는 책방 심다에서만 볼 수 있다. 책방 심다에서 추천하는 책 ‘블라인드 북’은 책방 사장의 추천만으로 책을 구입하는 이벤트다. 방문객들이 어떤 책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선택한 책은 여행만큼이나 설렘을 준다. 기념 배지도 만나볼 수 있다. 순천의 대표 식물인 갈대, 퉁퉁마디, 칠면초 모양의 배지는 순천의 가치관을 담고 있다. 꾸준히 진행하는 북 토크콘서트와 글쓰기 강연 같은 이벤트로 지역 독립서점만의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

순천브루어리

보리가 많이 나는 순천의 지역적 특색을 살리기 위해 창업한 수제맥주집이다. 순천만 낙안읍성 월등 와온해변 등 도시의 매력을 다양한 맛과 향으로 즐길 수 있는 수제맥주 6종을 제공한다. 상품 ‘순천특별시’는 패션후르츠, 망고와 같은 열대과일의 풍미를 느끼게 해준다.

순천=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