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진료 후 ‘진료비 폭탄’을 맞는 일을 방지하기 위한 법 개정이 추진된다. 반려인이 엑스레이 촬영과 같은 영상진료 비용 등을 진료 전 인지할 수 있도록 가격표 부착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반려동물 수술은 수의사가 반려인에게 진단 결과 등을 사전 설명한 후 서면 동의를 받은 뒤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도 마련했다. 법이 발효하면 반려동물 진료비와 관련된 논란이 상당 부분 줄어 들 것으로 보인다.
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반려동물 진료비와 관련한 수의사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심의 중이다.
핵심은 동물병원이 진찰, 입원, 예방접종, 검사 등 주요 진료항목에 대한 비용을 고지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동물병원에서 반려동물을 치료한 뒤에야 치료비가 얼마인지 알게 되는 부조리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가장 큰 부분이기도 하다.
한국소비자연맹의 2019년 조사에 따르면 동물병원 관련 소비자 불만의 27%가 진료비 때문에 발생했다.
동물병원 수의사가 수술 등 중대진료를 하기 전 반려인의 동의절차를 밟도록 하는 규정도 개정안에 담았다. 법 통과 시 진단명, 중대진료 방식, 후유증이나 부작용, 예상 진료비용 등에 대한 사전 설명이 의무화된다.
이후 진료비용을 제외한 사항은 모두 서면 동의를 받아야만 중대진료 진행이 가능하다. 소비자가 수의사의 과잉진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반려인들이 원하는 방향인 만큼 법 개정에 큰 걸림돌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경남도가 지난해부터 시행한 ‘반려동물 진료비 자율표시제’ 시범사업이 호평을 받고 있다. 기본진찰료 2종, 예방접종료 9종 등 20개 진료 항목에 대한 진료비용을 표로 만들어 반려인이 볼 수 있도록 게시해두는 방식을 도입했다.
올해는 사업 범위를 더 넓혀 저소득층 반려인에게 진료비용을 지원하는 내용도 더했다.
경남 창원시에 거주하는 반려인 김영란(62·여)씨는 “진료비 자율표시제 시행 후 ‘오늘은 얼마를 내야 하나’는 불안감에서 해소되고 진료비에 대한 불신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다만 이해 당사자인 동물병원 수의사들이 반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권이 걸린 일이라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수의사 면허를 소지한 이들(2만649명) 중 34.7%인 7667명이 동물병원에 종사한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대한수의사회도 원론적으로 법 개정에 찬성하는 만큼 큰 이견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