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 6개월… 경찰 “사건처리 안정적” 자평

입력 2021-07-07 04:08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6개월이 지난 상황에서 경찰이 “초반의 혼선이 해소되고 사건처리가 안정되고 있다”고 자평했다. 지난 4월 대검찰청이 ‘검찰이 경찰에 보완수사와 재수사를 요구하는 건수가 큰 폭으로 늘어났다’는 취지의 분석 결과를 내놓은 데 따른 반박 성격이 강하다.

경찰청은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난 1월 이후 6월 말까지 6개월간의 통계를 분석한 결과를 6일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사건처리 건수는 시행 첫 달인 지난 1월 전년 대비 65% 수준으로 감소했다가 3월부터는 전년 대비 90% 이상 수준으로 회복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형사 사건 처리 속도가 지연됐다는 비판이 제기된 데 따른 반박이다.

또 경찰은 새로 도입한 내외부 통제 장치들이 잘 작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수사심사관·수사감찰 등 경찰 내부 통제장치는 물론이고 경찰이 종결한 사건에 대해서도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나 재수사 요청 등의 통제장치가 잘 작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세부적으로 경찰이 송치한 사건 가운데 검사가 보완수사를 요구한 건수는 지난달 말 기준 전체 송치사건(32만3056건)의 9.7%(3만1482건)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 포인트 증가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하지 않고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기 때문”이라며 “검사도 공소 제기에 집중하면서 경찰 수사 기록을 더 엄격하게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또 경찰은 새로 도입된 영장심의위원회가 심의위원 명단 비공개, 결정 이유 비공개, 검찰 의견 비공개 등의 이유로 제도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법무부·검찰과 협의해 개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영장심의위는 검사가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청구하지 않을 때 경찰 요청으로 영장 청구 여부를 심의한다.

경찰 홍보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에서는 체감할 만큼의 수사 성과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수사권 조정으로 더 많은 권한을 갖게 된 경찰은 ‘수사 결과’로 말해야 한다”며 “고위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 수사를 보면 과연 그럴 만한 결과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