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올림픽] 보이지 않는 적… ‘접촉’ 땐 출전커녕 격리될 수도

입력 2021-07-07 04:07
아일랜드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단이 지난 1일 일본 도쿄 나리타 국제공항에서 코로나19 검·방역 담당자의 안내를 받으며 입국 수속을 밟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일본 정부는 도쿄를 포함한 올림픽 개최지의 코로나19 재확산세에 따라 당초 50% 선에서 수용할 계획이던 관중 대책을 8일에 재논의한다. AP연합뉴스

“방역 수칙을 철저하게 지킨 우리 선수단에서 확진자가 나왔으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죠. 해외의 방역 분위기는 한국과 다릅니다.”

최은종(53) 근대5종 대표팀 감독은 도쿄올림픽 출전권 확보를 위해 불가리아 월드컵으로 국가대표들을 인솔했던 지난 4월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당시 근대5종 대표팀은 귀국 과정에서 4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한바탕 홍역을 앓았다. 식사시간을 제외하면 마스크를 2장씩 착용하고 비닐장갑까지 낄 만큼 방역에 힘썼지만 한국보다 방역에 느슨한 유럽에서 코로나19를 피할 길은 없었다. 지난달 근대5종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을 위해 찾아간 이집트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같은 기간 불가리아와 카자흐스탄 국제대회에 출전했던 레슬링 대표팀의 경우 팀 내 집단 감염으로 선수 2명만이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하는 불운을 겪었다. 한국 레슬링의 올림픽 출전 사상 최소 규모다. 이후 한국에서 모든 종목 선수단의 백신 접종이 이뤄져 국가대표 추가 확진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최 감독은 이제 코로나19의 악몽을 털어내고 출전자 4명을 확정해 도쿄행을 준비하고 있다. 자신과 선수단 전원이 화이자 백신을 2차례 접종해 코로나19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힘을 얻었지만, 올림픽 개막을 앞둔 일본의 코로나19 유행 상황을 바라보는 최 감독의 속은 타들어 간다.

최 감독은 6일 “우리 선수의 기량, 다른 국가 선수들과 경쟁 외에도 코로나19라는 보이지 않는 적과 싸워야 한다. 선수는 물론 지도자 모두에게 그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선수는 코로나19 감염 외에도 밀접 접촉자로 분류될 위험에 노출돼 있다. 밀접 접촉자로만 분류돼도 경기를 뛰지도 못하고 격리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에서 다른 국제대회보다 높은 기준의 코로나19 검·방역을 약속하고 있다. 문제는 국가마다 다른 백신 보급 상황과 방역 분위기에 있다. 이미 불참을 선언한 북한을 제외하고 205개 IOC 회원국 선수단, 체육 단체 관계자, 언론인이 몰려들 올림픽 기간 중 도쿄에서 코로나19는 언제든 재확산할 위험이 있다.

선수들은 지난 5년의 훈련과 경기 당일의 몸 상태 외에도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지 않는 ‘행운’까지 얻어야 금메달을 손에 넣을 수 있다. 특히 우승이 유력시되는 한국 양궁, 태권도, 여자골프 대표팀의 경우 코로나19가 사실상 가장 큰 위협일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확진 이후의 조치도 선수들에겐 작지 않은 걱정거리다. IOC는 코로나19 확진 선수의 치료를 지원하지만, 자칫 선수촌 내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 도쿄와 주변 도시의 의료체계에 의지하기 힘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우리 선수들의 확진을 대비해 일본 한인 단체와 의료 협력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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