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부터 성(性)적으로 행복해야 교회 내 건강한 성 인식이 세워집니다. 교회가 신체적 욕망을 무조건 죄악시할수록 성도들이 욕구를 불건전하게 배출하는 부작용이 일어납니다. 목회자를 위한 성교육, 상담이 필요한 이유죠.”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목사이자 성교육상담센터 ‘숨’ 대표인 정혜민(사진) 목사는 6일 서울 성동구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센터는 조만간 담임목사 가정을 대상으로 부부관계, 성 문제 등을 일대일 상담하는 프로그램을 열 예정이다.
센터가 야심 차게 프로그램을 계획한 건 교회 내 성 인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려면 목회자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정 대표는 “목회자가 되면 사적인 이야기를 털어놓을 데가 없어 문제가 안으로 곪는다. 상담을 해보니 부부관계나 성 관련 문제를 겪는 목회자일수록 겉으로는 과도하게 성욕을 죄악시하고 매도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고 말했다. 성적으로 불행한 목회자가 교회 내 비틀어진 성 인식을 낳게 되고 더 나아가 목회자 성 비위로까지 악화한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교회 다수가 현실과 괴리된 성 인식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나님이 주신 ‘성’의 의미를 고민하고 건전하게 관리하는 법을 알려야 하는데, ‘신체적인 순결’에 집착한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야동 자위 스킨십 등을 무조건 금지하고 ‘어기면 지옥에 간다’는 식으로 성교육하는 교회가 여전히 많다. 성적으로 개방된 요즘 인식과의 괴리가 클뿐더러 성 충동으로 실수한 청소년들은 무거운 죄책감에 교회를 떠난다”고 전했다.
정 대표는 성교육의 목표가 그리스도인으로서 건강한 기준을 갖고 성적으로 옳고 그름을 구별하는 힘을 길러주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간이 나약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실수를 깨닫고 하나님 앞에서 회개하고 다시 순결을 회복할 수 있도록 교회가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한 교단에서 추진한 목회자 성교육이 취소된 것에 대해선 “목회자 인준 교육에 성교육이 공식적으로 포함된 건 처음이라 기대가 컸는데 아쉽다. 그래도 많은 목회자가 지지와 위로를 보내왔다. 목회자들의 올바른 성 인식에 대한 문제의식을 환기한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