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를 대신해 검찰 수사관이 조사 업무를 전담하는 수사팀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내부 규칙을 검찰이 마련 중이다. 현재 의견 수렴 단계지만 이 규칙이 확정되면 직제상 수사과나 조사과가 없는 일선 고검과 단독지청에서도 검찰 수사관들로 구성된 수사팀 운영이 가능해진다. 비직제로 신설된 각종 수사협력부에서 조사 업무를 전담하는 수사관들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검찰청이 최근 수사·조사과 이외의 검찰 수사관 수사팀을 구성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한 ‘검찰 사법경찰관리 직무규칙 제정안’을 마련하고 일선 청의 의견을 수렴 중인 것으로 6일 확인됐다. 제정안은 검찰 수사관들의 업무를 구체화하기 위한 것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 내 수사관에 대한 별도의 규칙이 필요해진 데 따른 것”이라고 제정안 수립 배경을 설명했다.
제정안 내용 중 많은 부분은 검찰 수사관들의 기존 역할을 명문화한 것에 가깝다. 다만 수사·조사과가 없는 고검과 일선 청에서도 수사팀 구성의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비직제인 증권범죄협력부가 설치될 서울남부지검에서는 수사관들이 조사 업무를 전담하는 수사팀이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수사관들의 역할에 힘을 실어주는 내용이기도 하다. 검찰 수사관들이 다양한 수사팀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와 권한을 부여하는 취지라는 것이다.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가 축소되면서 검찰 수사관들 사이에선 역할론에 대한 우려가 나왔었다. 서울 지역의 한 수사관은 “과거보다 할 수 있는 것이 현저히 줄어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제정안에는 검찰 수사관이 원칙적으로는 검사의 지휘를 받지만 일부 업무는 직접 담당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도 포함됐다. 검찰 수사과나 조사과가 강제수사나 조서 작성 등의 수사 업무를 진행할 때에는 검찰 수사관이 직접 담당하도록 했다. 출석 요구나 범죄 인지 등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 진행할 수 있다.
법조계는 검찰이 검찰 수사관의 역할과 전문성 강화 등을 위한 여러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본다. 검찰 조직 내에서 검사는 2000명가량이지만, 수사관은 6000여명으로 더 많다. 김오수 검찰총장도 취임 직후 “수사·조사과에 재배치되는 수사관들에게 사법경찰관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사건과 직제개편에 따른 검찰 수사 개시 사건 등에 대한 1차 수사를 맡길 방침”이라고 했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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