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국민일보가 크리스천 뮤직 100대 명반을 내놓았다. 선정된 음반들을 보니 필자의 학창시절을 수놓았던 1980~90년대 주옥같은 찬양들이 많이 선정돼 마음이 뭉클했다. 그렇다면 현재 2021년에 1980~90년대 찬양들을 끄집어내어 다시 주목하게 한 하나님의 뜻은 무엇일까. 그 시기는 수많은 젊은이의 헌신으로 대한민국 선교의 전무후무한 도약을 이뤄낸 시기였다. 그 헌신들이 바로 크고 작은 찬양모임들에서 일어났다. 지금 하나님께서는 대한민국 ‘찬양의 선교적 DNA’가 회복되길 바라고 계신다. 필자는 찬양의 발자취를 간략하게 바라보며, 현재 우리에게 크리스천 뮤직 100대 명반을 선보이신 하나님의 그 뜻을 알아보려 한다.
1966년 태평양 건너의 봄은 싸늘했다. 당시 베트남전을 반대했던 영국 밴드 비틀스의 멤버 존 레넌이 한 신문과의 인터뷰 때문이었다. “우리가 예수보다 더 유명하다. 로큰롤이 먼저 끝날지 기독교가 먼저 끝날지 모르겠다.” 이 발언은 정작 그 진원지인 영국에서는 큰 논란이 일지 않았다. 그러나 그 발언은 미국의 기독교 단체들과 교회들에 큰 충격을 주었고 그로 인해 엄청난 반발이 일어나 비틀스의 미국 활동은 얼어붙게 됐다. 이제 55년이 흘렀다. 비틀스는 사라졌고, 존 레넌은 세상을 떠났다. 로큰롤도 다른 장르들에 밀려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통계에 의하면 세계 기독교는 지금도 성장 중이다.
오히려 1960년대 말 기독교는 복음주의라는 이름으로 대중들에게 더욱더 어필하게 됐으며 거기에는 찬양의 역할이 중대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존 레넌의 발언이 교계를 싸늘하게 만들었던 1966년 영국에서는 ‘유스 프레이즈’(Youth Praise)라는 동시대 문화를 반영하는 찬양집이 출판됐다. 필자의 지도교수였던 워드(Pete Ward) 박사에 의하면 유스 프레이즈는 당시 복음주의 문화의 생산과 소비의 필요를 잘 채워주며 영국의 수많은 복음주의 하부문화들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또한 미국에서는 같은 시기인 1960년대 말과 1970년대 초 CCM(Christian Contemporary Music)의 뿌리라고 알려진 ‘예수 운동(Jesus Movement)’이 수많은 청소년을 믿음으로 돌아오도록 휩쓸고 있었다. 이 예수 운동의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갈보리 채플의 척 스미스(Chuck Smith) 목사이고 그로 인해 나타난 찬양이 바로 ‘마라나타 뮤직(Maranatha Music)’이다. 복음주의는 찬양과 함께 더욱 성장했다.
한국은 1960년대 말 미국 선교사들이 도입한 가스펠송이 학교나 선교단체에서 불리며 ‘복음성가’라는 단어로 자리잡게 됐다. 이러한 한국 찬양의 역사를 돌아볼 때 여의도순복음교회, 주찬양 선교단, 그리고 두란노 경배와 찬양의 중요성을 빼놓을 수 없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조용기 목사는 1970년 미국 댈러스에서 열린 세계오순절대회에 참석한 것을 계기로 가스펠송을 접하게 돼 미국의 가스펠송을 편집해 ‘복음성가’라는 악보집을 발간하고 보급하게 된다. 이 악보집을 통해 여의도순복음교회는 1970년대 기독교 문화의 대중화에 큰 역할을 하게 된다. 그 후 1981년 최덕신은 자신의 형인 최유신과 같이 교회 선후배 10여명으로 ‘주찬양 선교단’을 결성해 본격적인 활동을 벌이게 된다. 주찬양 1집 ‘그이름’은 기독교 음악 앨범으로는 30만장이 팔리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며 찬양의 대중화에 한 획을 긋는다. 또 다른 움직임은 1980년대 말 온누리교회 하용인(하스데반) 선교사의 ‘두란노 목요찬양’이다. 두란노 목요찬양은 ‘두란노 경배와 찬양’으로 바뀌면서 악기뿐만이 아닌 워십댄스까지 접목을 이뤄 대한민국 찬양의 수준을 높였다. 특별히 이들의 집회 실황을 담은 ‘전하세 예수’ 시리즈의 음반과 악보집은 다수의 개교회에 보급돼 대한민국 경배와 찬양의 전성기를 이뤄낸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바로 한국 경배와 찬양의 전성기를 이룰 때가 바로 대한민국이 선교의 도약을 이루어낸 시기라는 사실이다. 문상철 박사의 도표에 의하면 선교사의 숫자와 선교단체의 숫자가 1982년부터 1989년까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이 현상에 대해 여러 가지 원인을 찾을 수 있겠지만 필자는 당시 찬양 집회의 피날레를 장식했던 결단의 시간을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러한 헌신을 이뤄냈던 중요한 원인은 당시 찬양들의 가사들이다. 대한민국 선교의 도약을 이뤄냈던 시기의 대부분 찬양가사들은 성경 본문을 그대로 차용한 곡들로 하나님의 성품, 예수그리스도의 사역, 성령의 역사 같은 주제들이 원색적으로 드러난 가사들이었다. 이러한 가사를 통해 성령의 감동을 받은 젊은이들에게 원색적인 예수의 복음을 들고 하나님 나라를 위해 선교사로 헌신하는 결단은 아주 당연했다.
현재 교회의 부흥은 멈춰있고 선교사로 헌신하는 젊은이들은 줄어들고 있다. 오히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해외 선교사들의 ‘자발적 철수’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시기에 선정된 국민일보 크리스천 뮤직 100대 명반을 향한 하나님의 뜻은 역시 선교이다. 우리는 1980~90년대 찬양들 속에 심겨진 찬양의 선교적 DNA를 회복해야 한다. 찬양의 가사들이 삼위일체 하나님을 드러내야 한다. 하나님의 성품, 예수님의 사역, 성령님의 능력과 역사가 성경 말씀대로 드러나야 하며 특별히 찬양을 통해 역사하시는 성령님을 인정해야 한다. 성령님은 바로 선교의 영이시다.(행 1:8) 그렇게 찬양 가운데 임재하시는 선교의 영이신 성령님을 인정하고 받아들여 성도들을 하나님의 선교에 헌신하게 하는 결단의 시간을 회복해야 한다.
지금도 하나님은 역사(History)의 주인이시다. 그래서 필자는 2021년 국민일보 크리스천 뮤직 100대 명반 선정은 하나님께서 국민일보를 사용하셔서 자신의 뜻을 나타내신 계시라고 믿는다.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한번 찬양의 선교적 DNA가 회복되고, 마른 뼈들이 살아나듯 이 땅의 교회들이 살아나며 대한민국 선교의 위대한 재도약이 일어나길 기대해본다.
이승병 목사
한국침례신학대학교 외래교수
뉴워십 총제작
금란교회 선교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