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교회-보시기에 좋았더라] 만보 걷기로 나누고 햇빛 발전 공유… “교회가 동네 녹색 기지 됐으면”

입력 2021-07-07 03:04
이광섭 전농감리교회 목사가 지난달 25일 서울 동대문구 교회에서 지역과 함께하는 녹색 운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석현 인턴기자

흔히 환경 문제를 목회 중심에 놓는 교회를 우린 녹색교회라 부른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녹색교회를 표방한 교회들이 점점 늘고 있다. 그러나 사실 개교회로서 녹색교회로 나아가는 길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이들 교회는 녹색교회로서 하는 사역들이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지, 또한 확장 가능한지를 늘 고민한다.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전농감리교회도 이런 고민을 하는 교회 중 하나다.

지난달 25일 만난 이광섭 전농감리교회 담임목사는 최근 녹색교회 사역에 대한 근원적 고민을 많이 했다고 했다. 2006년 이 교회로 부임해온 이 목사는 10년 넘게 환경 문제를 목회 현장에서 다뤘다. 교회가 속한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환경위원장을 6년간 역임하면서 해마다 환경선교주일을 지키고, 환경 운동 관련 여러 프로그램도 유치했다. 교인들은 이런 행사가 있을 때마다 열의를 갖고 잘 따라줬다. 그러나 거기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이 목사는 “교인들은 녹색교회 사역을 동원이 필요한 또 하나의 행사 정도로 여기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환경과 관련된 단편적인 행사들로는 환경선교를 실천하는 데 한계를 느꼈다. 하드웨어적인 것이 아닌 소프트웨어 적인 부분에 좀 더 집중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목회자 중심이 아닌 교인 중심으로 사역의 추를 옮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한 것이 교회 여선교회와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의 업무협약이었다. 이 목사는 “교회 주력인 여선교회가 환경 문제에 대해 신앙적으로, 그리고 실천적으로 변화되면 교회가 새로워질 수 있겠다 생각했다”며 “살림과 함께 여선교회 활동 자체를 환경에 집중해 보면 어떨까 싶었다”고 말했다.

교회가 지난 3월부터 실시하고 있는 전 교인 만보 걷기 운동 한 주간 통계. 신석현 인턴기자

여선교회의 힘은 지난 3월부터 시작한 ‘전교인 만보걷기 운동’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전교인 만보걷기 운동의 기본적 콘셉트는 1인당 만보를 걸으면 100원이 적립되고, 여기 교회가 100원을 더해 기후기금을 조성하는 것이다. 여기서 여선교회는 전 교인 걸음수의 70% 정도를 담당하고 있다. 이 목사에 따르면 현재 전교인 만보걷기 운동에 참여하는 인원은 대략 250명 정도로, 1주일에 많이 걸을 땐 1100만 걸음을 걷는다고 한다. 이 목사는 “1주일에 1000만 걸음을 걷는다고 했을 때 10만원이 적립된다. 여기에 매칭 기금 10만원까지 하면 20만원이 쌓인다”며 “1년이면 1000만원 정도가 기금으로 조성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농감리교회는 이렇게 조성된 기금을 올해는 교회 주변 에너지 빈곤층을 위해 사용하기로 했다. 이 목사는 “무더위에도 선풍기 한 대 없이 지내는 분들, 혹한에도 조그만 전기장판 하나에 몸을 녹이는 분들이 우리 주변에 많다”며 “이런 분들에게 조성된 기금을 사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실제 교회는 지금부터 주변 에너지 빈곤층을 도울 방법을 모색 중이다. 이 목사는 “미니 태양광을 설치하는 데 개인 부담금이 5만원정도더라. 주민센터 등과 협약을 해서 에너지 빈곤층에 미니 태양광을 설치하는 방법도 생각 중”이라며 “올 연말까지 시간이 있기 때문에 교인들과 함께 돕는 방법을 좀 더 알아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교회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기. 교회는 이를 태양광 발전소로 전환해 얻어지는 수익을 지역사회를 위해 쓸 계획이다. 신석현 인턴기자

이와 함께 전농감리교회는 교회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기를 이웃과 함께 쓰는 방법을 찾고 있다. 외딴 섬 같은 교회가 아닌 마을 속 교회, 또한 녹색기지로 다가가기 위한 시도다. 교회는 2012년 건축 당시 옥상에 10㎾ 용량의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했는데, 이를 20㎾ 용량의 발전소로 변경할 계획이다. 발전소로 만들기 위해선 지자체에 건물 및 토지에 대한 사용 용도를 변경하고 시공을 다시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회는 최근 기감 햇빛발전협동조합에 컨설팅을 받았다.

이 목사는 “우리 교회가 사용하기엔 지금 발전기로도 충분하지만, 지역과 어떻게 하면 서로 협력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이 방법을 생각하게 됐다”며 “발전소가 세워지면 생성된 전기를 한전에 팔 수 있는데 이를 지역을 위한 발전 기금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발전소를 주민과 함께 세우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이 목사는 “교회 대표와 지역 주민 대표, 관공서 대표 등으로 위원회를 꾸려서 함께 만들어 가면 좋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전농감리교회가 만들어가는 녹색교회는 결국 마을교회였다. 그리고 교회가 하는 환경운동은 결국 복음운동이었다. 이 목사는 “종종 사람들이 나를 환경 운동 하는 사람으로 소개하기도 하지만 난 복음운동을 하는 목사”라며 “환경을 살리는 일이 하나님 창조 질서를 보존하고 제자리를 찾는 일이기 때문에 하는 거지 이를 운동적 시각만 갖고 보는 건 한편으로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한국교회 성장의 바탕에는 그 시대와의 공감이 있다. 그 시대와 공감을 했기 때문에 교회가 복음을 수월하게 전달 가능했다”며 “그러나 지금은 그 공감대가 교회 안에 매몰된 채 다 상실됐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러면서 “환경운동은 생명 운동이고 복음 운동이다. 현재 교회가 우리 시대, 우리 사회와 공감할 수 있는 중요한 접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