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와 반(反)이재명 전선으로 나뉜 더불어민주당 대권후보들 간의 감정싸움이 격화하고 있다. 이 지사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여배우 스캔들까지 공개적으로 거론되면서 후보 간 긴장감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 지사는 “바지 한 번 더 내리라는 것인가. 어떻게 하라는 건가”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 8명은 5일 두 번째 TV 토론회에서 난타전을 벌였다. 오는 11일 후보 2명의 컷오프 시점이 다가올수록 후보 간 신경전이 급속도로 가열되는 양상이다.
반이재명 연대의 표적은 기존 기본소득에서 여배우 스캔들로까지 확대됐다. 토론회에서 정세균 전 총리가 이를 직접 공개적으로 비판하자 이 지사도 적잖이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정 전 총리는 이 지사를 향해 “대통령의 덕목 중 도덕성은 매우 중요하다”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친인척의 비리로 도덕성을 상실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소위 스캔들 해명 요구에 회피하거나 거부하는 것은 대선후보로서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가 ‘형수 욕설’ 논란에 거듭 사과를 하자 정 전 총리가 “다른 문제다. 스캔들에 대해”라며 끈질기게 캐물었다. 그러자 이 지사는 굳은 표정으로 “제가 혹시 바지 한번 더 내릴까요.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2018년 신체 부위에 점이 없다는 아주대병원의 신체검증 결과를 근거로 여배우와의 열애설은 허구라고 주장해왔다.
정 전 총리는 이 지사를 향한 공세를 이어갔다. 그는 “기본소득에 대해 말을 바꾼 게 있다면 죄송하다는 사죄의 말씀을 드리라”고 압박했다. 최문순 강원지사도 “지난 토론회에서 기본소득을 공약한 적 없다고 한 건 명백히 잘못됐다”며 가세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 전 총리와 이광재 의원의 단일화로 대선 경선에서 이 경기지사의 과반 득표를 저지하기 위한 ‘결선 연대’ 신호탄이 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의원이 정 전 총리를 전폭 지원하기로 뜻을 모으고, 정 전 총리는 이낙연 전 대표의 출마선언 영상 관람식에 참석하는 등 반(反)이재명 전선 구축에 가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11일 본 경선에 오를 후보 6명을 추린다. 본 경선에 진입하면 나머지 주자들 간 합종연횡 속도전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총리와 이 전 대표 간 단일화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여권 1위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를 견제하면서 결선투표로 가기 위한 ‘범친문 결선연대’인 셈이다.
이 전 대표 측은 “주말 회동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오간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두 사람은 지난 3일 오찬 회동을 하고 “민주정부 4기 탄생을 위해 노력한다”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이 전 대표도 단일화를 직접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가능성을 열어두는 발언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단일화와 관련해 “아직 서로 그런 것을 이야기하지 않았으니 무엇이 맞다, 아니다 말하는 것이 좀 빠르다”며 여지를 남겨뒀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이 지사를 두둔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향후 다른 전략을 취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이 지사와 이 전 대표가 엎치락뒤치락하며 시소게임을 펼치는 동안 대안 후보로서 입지를 강화하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주환 이가현 기자 joh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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