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옵티머스’ 금감원 태만 지적하고도… 징계는 실무자만

입력 2021-07-06 04:07

금융당국이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 측의 말만 믿고 제대로 감독업무를 수행하지 못해 사태를 키웠다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5일 나왔다. 실무자 5명을 징계토록 요구한 것은 ‘꼬리 자르기’식 감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감사원이 이날 공개한 금융감독기구 운영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옵티머스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95% 이상을 투자하는 것으로 설정·설립 보고를 해놓고 일반 회사채에 투자가 가능하도록 모순적인 집합투자규약을 첨부했는데도, 별다른 보완조치를 요구하지 않고 이를 그대로 인정했다.

이 때문에 옵티머스는 일반 회사채 투자에 나설 수 있었고, 실제 중소기업은행이 옵티머스의 지시에 따라 사모사채를 매입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예탁결제원은 옵티머스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하지 않은 것을 알고도 옵티머스의 요구에 따라 사모펀드 자산명세서에 ‘공공기관 매출채권 매입’을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천억원대의 피해로 이어진 옵티머스 사태를 바로잡을 기회가 수차례 있었지만 금융당국은 안일하게 대처했다. 2017년 옵티머스의 자본금이 기준에 미달하자 금감원은 ‘적기 시정조치’ 요건 점검 검사에 나섰지만, 사모펀드 부당운용 사실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시정조치 유예를 금융위원회에 건의했다.

2018년 국회에서 옵티머스의 펀드 부당운용 의혹에 대한 질의가 나온 만큼 투자제안서, 매출채권 등을 제출받아 위법한 펀드 운용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금감원은 옵티머스 측의 설명만 믿고 국회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답변했다.

2019년에는 옵티머스가 펀드 자금으로 특정 기업을 인수·합병했다는 구체적 민원까지 접수됐지만, 금감원은 이미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조사하지 않고 사안을 종결했다. 지난해에는 대표이사의 횡령 및 사모펀드 돌려막기 등의 위법 사실을 확인하고도 금융위, 수사기관에 보고하지 않았다.

금감원 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윤석헌 전 원장과 원승연 자본시장 담당 전 부원장이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한다”며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 감사”라고 주장했다. 윤 전 원장과 원 전 부원장은 퇴직했다는 이유로 징계 대상에서 제외됐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