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형욱(사진) 국토교통부 장관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부동산 투자에 대해 “굉장히 신중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집값 하락 우려를 언급한 데 이어 국토부 수장도 비슷한 평가를 내놨다. 2·4 부동산 대책에서 밝힌 ‘공급 폭탄’의 속도감 있는 추진과 한국은행발 금리 인상 예고 등을 근거로 삼았다.
노 장관은 취임 50일을 맞아 5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를 통해 “지금 주택을 무리하게 구매한 이들이 2~3년 후 처분 시점에 자산 가격이 떨어지면 굉장히 힘든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시중에 유동성이 확대되면서 자산 가치가 고평가돼 있다는 인식이 밑바탕에 깔렸다. 지난달 30일 홍 부총리가 “서울 집값이 장기 추세를 상회해 고평가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힌 것과 맥락이 맞닿는다. 노 장관은 이어 “기본적으로 본인이 자기 투자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 투자를 신중하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경고했다.
집값 하락 가능성의 근거로는 세 가지를 들었다. 일단 공급 물량 확대다. 노 장관은 “오는 15일부터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이 시작된다”며 “올해만 3만2000가구를 공급한다”고 말했다. 분양 가격도 공개했다. 74㎡형이 공급되는 인천계양지구와 남양주진접의 분양가는 각각 4억5000만원, 4억원이다. 공언했던 신규 택지 13만 가구 물량 공급도 궤도에 오른다. 노 장관은 “다음 달부터 순차적으로 발표한다. 당초 발표보다 더 많은 물량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 역시 집값 하락 요소로 봤다. 노 장관은 “연내 금리 인상으로 질서 있는 통화정책이 추진되면 집값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마지막으로는 국제사회의 분석을 들었다. 노 장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미래 위험 보고서를 보면 3년 안에 오는 가장 큰 위험이 코로나19로 생긴 유동성 확장에 따른 자산 버블”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자산 버블이 머지않아 정상화될 것이라는 게 공통 전망”이라고 말했다. 조만간 유동성이 축소되는 만큼 집값도 내려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임대차 3법 이후 불거진 전세난에 대해선 연말이면 안정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노 장관은 “서울시의 경우 올해 전세 수요가 평시의 3분의 1인 데 반해 공급량은 평균 수준이다. 연말까지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셋값이 폭등한 점에 대해선 “시장의 일부 혼선”이라고 일축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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