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업자를 사칭해 검찰·경찰·언론인 등에게 금품을 제공한 의혹을 받는 김모(43·사기로 구속)씨가 한국3대3농구위원회(KXO) 회장을 새로운 인맥 형성의 발판으로 삼으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씨는 KXO 회장에 앉기 전 농구계 인사들에게 허위 인맥과 재력을 과시했지만 찬조금조차 제대로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5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자신을 수산업을 하는 ‘○○물산’ 대표라고 소개한 김씨는 지난해 5월 KXO 회장으로 취임하며 여야 정치인 등 유명인의 축사를 받았다. 축사 영상을 보낸 사람 중에는 김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엄성섭 TV조선 앵커도 있었다.
KXO는 생활 체육인들이 모여 만든 위원회로 대한농구협회 산하단체는 아니지만 매년 자체 리그를 열어왔다. 프로농구팀들도 KXO가 주최하는 대회에 일부 선수를 직접 출전시켰다. 지난해 7월 열린 경기에서는 코트장 주변으로 ‘○○물산’ 로고가 유명 스포츠업체 브랜드들과 나란히 걸리기도 했다.
대한농구협회 고위 관계자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김씨가 취임하고 나서 뒷말이 많았다”며 “(취임식 날) 외제차가 엄청 많이 왔고, 연예인과 정관계 사람들이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고 해 이상하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김씨 취임 소식이 전해진 이후 ‘○○물산’을 포털 사이트에서 찾아봤지만 검색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정관계 인맥이 넓은 사람이 생활체육단체 회장으로 왔다고 해서 처음에는 ‘농구 쪽에 기여를 하면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업체를 검색해도 나오지 않아 ‘실제 있는 회사냐’라고 물어본 기억이 난다”고 했다.
김씨가 대표라고 소개한 ○○물산은 경북 포항시 구룡포읍에 사무실만 둔 유령업체다. 김씨는 자신을 “1000억원대 유산을 받은 수산업자”라고 속여 100억원대 선동 오징어(선상에서 급랭한 오징어) 사업 투자금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됐다.
KXO 한 관계자도 김씨가 회장을 맡기 전부터 화려한 재력을 갖췄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는 “김씨가 포항에서 오징어 관련 수산업을 하는 재력가이고 아버지에게 큰 자산을 물려받았다고 소개했다”며 “오징어가 ‘금징어’가 돼 값이 뛰니 투자하라는 얘기도 하고 다녔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강원도 체육계 쪽 인물이 김씨 측 렌터카 직원에게 KXO를 소개하고 결국 김씨를 회장으로 앉혔다는 얘기가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김씨는 회장에 취임하며 내야 하는 찬조금 3000여만원을 지불하지 않아 농구계에서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찬조금을 내지 않고 무리하게 국제대회 등을 계획하면서 지방자치단체에서 후원금을 걷으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농구단체 회장 직함을 내세워 사기 인맥으로 활용하려고 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한편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김씨에게 금품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이모 전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이후 부부장 검사로 강등), 경찰서장인 배모 총경, 윤석열 캠프 대변인을 지낸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엄 앵커 총 4명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소환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경찰은 이들 외에 참고인 12명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