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달아오르기 시작한 대선 레이스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뜬금없는 역사 논쟁과 색깔론이 가열되는가 하면 지긋지긋한 ‘조국 사태’가 또다시 쟁점이 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논의하는 대선을 만들겠다는 여야의 당초 약속과는 달리 온통 과거로만 질주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역사 논쟁과 색깔론은 70년도 지난 해방 시기 좌우 분열상을 닮아가는 것 같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역사 논쟁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1일 이육사문학관 방문 때 불거졌다. 그는 당시 ‘대한민국 정부는 친일세력과 미 점령군의 합작으로 출범했다’고 말했다. 일제 부역자가 정부 요직을 차지했고 ‘점령군’도 미군 포고령에 있는 표현이란 점을 근거로 댔다. 하지만 그게 사실이어도 국민을 편가르기 할 소지가 큰 좌우 이념 대결의 소재를, 그것도 민감한 선거철에 끄집어낸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게다가 우리나라가 강대국에 둘러싸여 굴곡 많은 역사를 갖게 된 건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 전체적인 역사의 맥락은 간과한 채 특정 시점의 편린만 들춰 친일·반일, 친미·반미 프레임을 촉발한 건 국민 통합에 앞장서야 할 지도자가 할 일은 더더욱 아니라고 본다.
이 지사 발언 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한국이 미국 식민지라는 북한 인식과 뭐가 다르냐”고 했는데 이 역시 색깔론을 부추기는 부적절한 발언이다. “이 지사는 지리산에서 빨치산을 하든지 북한에 망명하든지 하라”고 한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 발언도 매한가지다. 여야가 행여라도 이념 대결로 표를 얻겠다는 심보라면 일찌감치 포기하기 바란다. 요즘 유권자들이 어떤 유권자들인데 점령군 타령하고, 빨치산·북한 운운하는 세력에게 표를 주겠는가.
여당 경선에서 조국 전 장관 문제가 계속 부각되는 것도 딱한 일이다. 후보 간 토론이 열렸다 하면 조국 옹호 측과 반대 측이 설전을 벌이고, 조 전 장관에 비판적인 인사의 경선 면접관 발탁 문제를 놓고선 한바탕 소동도 빚어졌다. 여당이 대선에서조차 흘러간 조국 레코드판만 계속 튼다면 다수 국민은 등을 돌릴 것이다. 이번 대선은 전례 드문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치러지는 선거다. 그렇기에 무너진 일상을 회복하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건설적 담론의 장이 돼야 한다. 여야 후보들이 이제라도 과거에서 빠져나와 민생 회복과 미래를 위한 비전·정책으로 경쟁하기 바란다. 이런 구태의연한 대선을 치르기에는 세상이 변해도 너무 변했고, 미래 지도자들이 고민해야 할 과제도 너무 많이 쌓여 있다.
[사설] 미래는커녕 해묵은 색깔론과 조국에 발목 잡힌 대선
입력 2021-07-06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