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침해냐 아동보호냐… 유치원 CCTV 의무화 ‘댓글 전쟁’

입력 2021-07-06 00:04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와 유치원학대피해 부모 연대가 기자회견을 열고 유치원 교실에 CCTV 의무 설치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아동학대 방지 등을 위해 유치원 내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자 유치원 교사 등 종사자 단체와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 애쓰는 시민단체가 여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사생활 침해 우려와 아동 보호를 두고 입장이 갈리면서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 블로그에선 연일 찬반 의견이 대립하는 ‘댓글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달 21일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 블로그에 올라온 ‘유치원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에는 5일 기준 11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국회의원이 의정활동을 알리는 게시글에 1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린 것은 이례적이다.

댓글 숫자는 유치원 CCTV 설치를 둘러싼 양측의 입장이 그만큼 팽팽하다는 방증이다. 2015년 인천 어린이집 학대 사건 이후 영유아보호법 개정으로 어린이집 CCTV 설치가 의무화됐다. 반면 유치원은 ‘사회복지기관’으로 분류된 어린이집과 달리 ‘교육기관’이어서 CCTV 설치를 선택사항으로 뒀다. 이에 김 의원은 유치원을 의무 설치 대상에 포함시키자는 취지의 법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은 교직원과 학부모(아동의 법정대리인) 동의가 있으면 유치원도 CCTV를 설치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유치원 관련 단체는 이를 근거로 현행법으로도 설치가 가능한데 법안 개정을 강행한다며 반발한다. 하지만 교직원 동의가 어려워 법 개정으로 의무화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졌다.

양측의 입장은 김 의원 블로그를 ‘댓글 전쟁터’로 만들었다. 한쪽의 입장이 커지는가 싶으면 상대편 댓글이 지속적으로 달리는 등 흡사 ‘고지전’을 방불케 한다. CCTV 설치 의무화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혹시라도 (유치원에서) 문제가 생기면 진실을 규명할 방법은 CCTV뿐이다’ ‘유치원 교사인데 며칠 전 아이의 거짓말로 억울한 일이 있었지만 CCTV가 없어 억울함을 풀기 어려웠다. CCTV가 필요하다’는 댓글을 단다. 반대편에선 ‘종일 CCTV 아래서 감시당하며 일하는 교사의 기분을 알아야 한다’ ‘교사를 잠재적 아동학대 가해자로 보는 시선이 담긴 법안’이라는 의견을 올린다.

온라인 여론전은 오프라인으로도 확대됐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대아협)는 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아협 공혜정 대표는 “CCTV 의무 설치는 아동 보호권을 지켜주고 교사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다”며 “아동의 안전과 교권의 안정을 위해서는 법안 통과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대척점에 있는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는 이튿날인 6일 오후 국회를 항의 방문할 계획이다. 우영혜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 회장은 “유치원생은 자기 의사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유치원 교사는 일방적 돌봄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동등한 인격체로서 교육한다”며 “그런데 법안에는 유치원 교사를 교육자가 아닌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시각이 깔려 있다”고 우려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