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에게 연 3%의 낮은 금리로 최대 400만원을 빌려주고 소비습관 점검 등 재정교육을 해준다. 1년간 교육을 잘 받으면서 대출을 상환하면 그동안 냈던 이자는 모아서 돌려준다. 아무런 이익도 보지 않고 오히려 교육비를 들여가며 청년들에게 건강한 기독교적 재정관을 세워주기 위해 이 같은 사업을 펼치는 청년단체가 있다. 바로 청년들에게 기독교적 가치관을 기반으로 진로 및 연애, 결혼 등 다양한 분야의 멘토링을 제공하는 사단법인 청년의뜰(이사장 이종수)이다.
지난 6월 모집을 마감한 대출 프로그램 ‘빌려요’는 청년의뜰이 ‘청년미래은행’이란 이름으로 올해 초부터 운영하는 재정 프로그램 중 하나다. 청년미래은행에서는 ‘빌려요’ 외에도 청년들이 한 달에 10만원씩 6개월을 모으면 40만원을 지원해 100만원을 만들어주는 ‘모아요’, 재정교육을 제공하는 ‘배워요’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재원은 기부금으로 마련했다.
청년미래은행의 목표는 기독교적 재정관을 정립하는 것이다.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만난 김우경(65) 대표는 기독교적 재정관을 “일확천금을 꿈꾸는 물질만능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이 남의 것을 빼앗지 않고 돈을 모으며 베푸는 것, 그리고 가진 것 안에서 행복하게 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교회에서 ‘하나님이 원하시는 삶을 살아라’는 말은 많이 듣지만 실제로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는 몰라 고민하는 청년이 많다”며 “특히 최근엔 돈에 관한 고민을 하는 청년이 많다는 얘기를 듣고 기독교인이자 사회의 선배로서 그 고민을 덜어주고자 청년미래은행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청년의뜰에서 중점을 두는 건 대출이나 돈을 모으는 프로그램이 아닌 교육이다. 지난 3월 시작한 ‘모아요’의 경우 25명의 참여 청년들이 매주 15분씩 사회생활 선배이자 멘토인 ‘재정메이트’와 자신의 소비생활에 관한 대화를 나누며 잘못된 습관을 교정해 나간다. ‘빌려요’도 마찬가지로 1년간 정기적으로 재정메이트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 청년들은 종교에 상관없이 선정하지만 재정메이트는 40시간의 재정 관련 교육을 받은 기독교 중장년 사회인이다.
청년미래은행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한병선(56) 본부장은 “재정메이트들이 멘토링 과정에서 전도하진 않지만 기독교인과 그렇지 않은 사람, 또 중장년층과 청년들이 각자의 생각을 나누며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저희를 통해 기독청년들은 하나님 앞에서 돈이 우선 되는 삶을 살지 않고, 비기독교인들도 돈을 객관적으로 보며 가치 있는 소비를 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년들의 반응도 바뀌었다. ‘모아요’에 참여하는 청년들은 애플리케이션에 ‘나를 위한 소비’ ‘환경을 위한 소비’ 등의 챌린지에 참여해 인증사진을 올린다. 처음엔 무조건 아껴야 한다는 생각으로 소비 자체를 어려워하던 한 청년은 자신을 위해 연극을 보고 행복감을 느꼈다는 후기를 남겼다. 조민정(30) 간사는 “작은 걸 소비하더라도 소비 후의 만족감을 살피고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에 청년들이 신선함을 느낀다”고 전했다.
청년의뜰은 청년미래은행을 비롯해 청년들의 고민을 함께 해소할 방법을 계속 찾아나갈 계획이다. 김 대표는 “우선은 청년미래은행의 규모를 계속 넓혀서 더 많은 청년을 지원하고, 다른 분야에 대한 청년들의 고민에도 귀 기울이며 함께 해법을 찾아가고자 한다”며 “책임감 있는 크리스천들이 우리 사회와 청년을 위해 청년의뜰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