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년 전 길 잃은 ‘4살 명숙이’ 두 오빠 극적 상봉

입력 2021-07-06 04:07
1959년 둘째 오빠를 따라 나섰다가 길을 잃고 가족과 헤어졌던 명숙씨가 62년 만에 찾은 둘째 오빠 정형식씨와의 영상통화 도중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며 인사하고 있다. 지켜보는 첫째 오빠 정형곤씨의 표정에 60여년의 회한이 서려있는 듯하다. 연합뉴스

1959년, 4살이던 ‘명숙’은 두 살 위의 오빠를 따라 마을을 나섰다가 오빠를 놓치고 길을 잃었다. 어린 명숙은 끝내 가족을 찾지 못한 채 보육원을 다니며 초등학교를 졸업했고, 이후 입양돼 성인이 됐다. 동생을 챙기지 못한 둘째 오빠는 평생을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다.

가족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알아보던 명숙(66)씨는 2019년 11월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하며 유전자 정보를 등록했다. 경찰청 실종가족지원센터는 명숙씨의 사연을 토대로 가족일 가능성이 큰 사람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 2014년 동생에 대한 실종 신고를 하며 유전자를 등록해 둔 둘째 오빠 형식(68)씨를 발견했다. 경찰은 외교부와 복지부의 협조를 받아 캐나다에 거주하고 있던 형식씨의 유전자를 외교행낭을 통해 받았고, 명숙씨의 유전자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 자연스럽게 큰 오빠 형곤(76)씨에게도 연락이 닿았다.

삼남매는 5일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경찰청 실종가족지원센터에서 다시 만났다. 길을 잃어버린 지 62년 만의 상봉이었다. 캐나다에 거주하는 작은 오빠 형식씨는 화상으로 연결됐다. 부모님과 막내 동생은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다.

영상 속 형식씨는 하얀 셔츠에 넥타이까지 매고 62년 전 잃어버린 동생을 기다리고 있었다. 큰오빠 형곤씨는 화면 속 동생을 바라보며 “그렇게 찾던 명숙이다. 아우야”라고 말했다. 작은 오빠 형식씨는 “명숙아, 그동안 고생 많았다”라며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명숙씨는 “오빠를 찾느라 울면서 동네를 돌아다녔던 기억이 난다”라며 “찾아줘서 감사해요”라며 큰오빠를 끌어안고 울었다. 명숙씨가 고생하며 살아온 얘기를 듣던 오빠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