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차기 정부에서 국교위 골격 새로 짜야

입력 2021-07-06 04:05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내년 7월 출범한다. 지난 1일 국회 의결로 설립되는 국교위는 중장기 교육정책의 방향과 국가교육과정 수립,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전교조 등 진보단체는 국교위 신설을 환영했지만 불필요한 장관급 조직을 만들어 세금 낭비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무엇보다 법률안 처리 과정에서 합의 정신을 크게 훼손했다.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초당적 국교위를 만든다면서 야당을 무시하고 여당 단독 처리한 것이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과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장은 “초정권·초당파적으로 일관되게 교육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국교위 설치로 인해 정권에 휘둘리지 않고 안정적이고 자주적인 교육정책을 만들어갈 수 있게 됐다”고 기대감을 피력했다. 이런 기대와 달리 국교위는 정권 거수기로 변질되거나 유명무실한 기구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국교위 위원 구성이 친정부 인사가 절반을 넘도록 설계돼 있어서 집권세력의 독주를 견제하기 어렵다.

이념 지형을 달리하는 정부하에서 수립된 정책을 정책 일관성을 이유로 차기 정부에서도 승계토록 강제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책임 정치에 부합되지 않는다. 국교위가 지난 정부의 정책오류나 이념적 편향성을 바로 잡을 기회를 뺏을 수는 없는 것이다. 잦은 정책 변경은 정치 세력의 과도한 개입에서 기인하므로 분권과 자율화로 교육 주체들의 자율적 결정권을 확대하면 해결된다. 예컨대 대학입시 문제는 국가 주도에서 대학 자율로 접근하면 안정을 찾을 것이고, 자사고 문제도 이념적 잣대가 아니라 학부모 선택권에서 접근하면 소모적 갈등은 종식될 것이다.

교육부를 그대로 두고 국교위를 설치하는 건 ‘옥상 옥’ 조직 형태로 행정 비효율을 초래할 것이다. 국교위 사무에 중장기 교육 방향뿐만 아니라 교원정책·대학입학정책 등 중장기 교육 제도가 포함돼 있다. 동일 업무를 단기 정책은 교육부에서 수립·집행하고 중장기 정책은 국교위에서 입안토록 하고 있다. 업무 경계가 불분명해 기능 중복 및 권한 충돌로 인해 행정비용 증가와 책임 전가라는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다.

국회에 의결한 행정위원회로서 국교위는 이처럼 많은 문제점이 있기에 대통령 자문기구로 법적 위상을 바꾸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대통령은 주요 교육정책 수립과 변경에 있어서 국교위의 자문을 거치도록 의무화함으로써 대통령의 정파적인 이해나 이념에 따라 교육정책이 흔들리는 것을 막아 교육정책의 안정성을 담보하자는 취지다. 이런 법률 개정이 어렵다면 법안 처리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들이라도 해소해야 한다. 진보좌파 인사로 반수 이상을 구성해 이념 편향적 기구화하고, 임기 말 추진으로 현 정부 교육정책 을 ‘대못 박기’하고, 전교조 등 친정부 인사를 위원회와 사무처에 임명해 ‘제 식구 심기’를 하려 한다는 등의 의혹들이다.

국교위 위원 임명과 사무처 구성 그리고 시행령 제정 등 국교위 골격을 내년 5월 출범하는 새 정부가 짜도록 해야 이런 문제점을 없앨 수 있다. 차기 정부에서 중립적 인사로 위원을 위촉하고, 교육부의 기능 조정을 통해 업무 중복을 최소화하며, 사무처는 전문성을 최우선으로 해 조직하면 국교위가 어느 정도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내년 대선 과정에서 대선 후보들은 이를 국민에게 약속하고 실천해야 할 의무가 있다.

현 정부는 국교위 출범 준비단을 구성해 위원 임명을 서두를 태세다. 그동안 자사고·외고 폐지, 고교학점제 등 굵직한 교육 현안을 차기 정부의 숙제로 떠넘긴 것과 다른 태도다. 행여 사전준비를 이유로 현 정부 인사들 중심으로 위원을 미리 구성하고 사무처 직원을 채용하면 차기 정부에서 국교위는 사라질 운명에 처할 것이다.

김경회 명지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