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12월 이후 최악 수준으로 치닫는 수도권의 코로나19 유행을 잡기 위해 젊은 층을 겨냥했다. 식당·술집 영업제한을 피해 한강변 등에서 이뤄지던 심야 음주를 전면 금지했다. 아울러 청년층이 즐겨 찾는 노래방이나 주점, 학원에 대한 선제검사도 확대한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4일 “수도권의 공원, 강변 등에서 오후 10시 이후 음주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이 발동될 예정”이라며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금지해야 하는 사안이라 (실제 명령까지는) 하루, 이틀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종료 기한은 따로 발표하지 않았다. 손 반장은 “유행 자체가 안정적인 감소세로 전환되기까지는 계속 이런 조치가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방역 강화책도 함께 발표됐다. 정부는 백신 접종 횟수나 2m 거리두기 준수 여부와 무관하게 수도권 실내·외에선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권고했다.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 벌칙까지 부여하겠다고 덧붙였다. 백신 1회 이상 접종자에게 실외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면제했던 조치를 물리고 전보다 규제를 강화했다. 더불어 청년층이 자주 찾는 학원·노래방·주점 같은 시설에 대해서는 일제히 선제검사가 예고됐다. 정부는 또 유동 인구가 많은 서울 강남구, 송파구 등지에 임시 선별검사소를 확충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수도권 유행이 아직 예방접종을 받지 못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최근 1주간 집계한 서울의 인구 10만명당 확진자 발생률은 20.7명이었다. 20대로 한정하면 이 수치는 43.1명으로 훌쩍 뛴다. 실제 이날 0시 기준으로 집계된 신규 확진자 중 20대의 비율은 23.01%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다른 연령대도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전반적인 방역 관련 지표가 3차 유행 초반 수준으로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전국 단위로 집계한 감염재생산지수는 1.2로 나타나 전주 대비 0.2 이상 뛰었다. 사회적 이동량을 가늠할 지표인 음식점, 레저, 스포츠 업종의 매출은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주 기준 유흥 업종 매출액은 2주 전보다 26.3% 늘었다.
검사 건수가 줄어드는 주말에도 이 같은 흐름은 잦아들지 않았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전일 대비 743명 늘었다고 밝혔다. 토요일로 한정하면 지난해 12월 27일(970명) 이후 27주 만에 최다였다. 양성률은 5.12%까지 올라갔다. 수도권 확진자가 541명으로 전체 국내발생 사례의 81.7%였다.
전문가들은 최근 추이가 3차 유행 초기와 판박이라고 우려한다. 4차 유행이 시작됐다는 진단까지 나왔다. 해외 유입 확진자 급증으로 인해 변이 바이러스의 유행이 심화하는 것도 우려스러운 지점이다. 이날 새로 보고된 해외 유입 확진자는 81명으로,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델타형 변이 확산이 두드러지는 인도네시아에서만 39명이 들어왔다.
오는 7일 발표 예정인 수도권의 향후 방역 조치는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1주의 하루 평균 수도권 확진자는 546명으로 새 거리두기 체계상 3단계에 해당한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재생산지수, 확진율 모두 지난해 12월 초 이후 가장 나쁘다”며 “당분간 유행의 크기가 계속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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