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업자발 전방위 로비 의혹…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입증할까

입력 2021-07-05 04:05
연합뉴스

‘가짜 수산업자’ 김모(43)씨가 수사기관 관계자는 물론이고 유력 정치인과 언론인에게도 금품을 제공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입증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김씨가 일부 진술을 번복하면서 금품 전달을 입증할 증거 확보 여부에 따라 수사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김씨의 전방위 로비 의혹은 앞서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가 지난달 23일 서울남부지검 이모 부장검사(이후 부부장 검사로 강등)의 사무실과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알려졌다. 이 부장검사는 김씨로부터 고가의 명품 시계와 식품, 자녀 학원비 등을 건네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공직자나 언론인 등은 직무와 관련 없이 1회 100만원 또는 한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또 경찰서장인 배모 총경, 윤석열 캠프 대변인을 지낸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엄성섭 TV조선 앵커 등도 김씨가 금품을 전달한 상대로 지목해 입건됐다. 김씨는 박지원 국정원장 자택으로 수산물을 보내는 등 여야 정치인들과도 교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가 국정농단 사건 수사팀을 지휘한 박영수 특별검사 아내의 포르쉐 차량 렌트 비용을 대납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 특검 측은 해당 비용을 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일보는 박 특검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했지만 닿지 않았다.

김씨가 전방위 로비를 벌였다는 주장은 초기 사기 사건 수사 도중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경찰은 선동 오징어(선상에서 급랭한 오징어) 사업 명목으로 100억원대 투자금을 가로챈 혐의로 김씨를 수사하던 중 “유력 인사들에게 금품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후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금품 제공 정황을 일부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최근 수감 중인 김씨가 일부 진술을 번복하는 등 비협조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휴대전화에도 정황 증거는 있지만, 직접적 증거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금품 전달은 은밀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이를 입증할 직접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소비성 물품이 전달된 경우에는 정황 증거도 중요하지만 진술이 번복될 때에는 정황 증거만으로 혐의 입증이 어려울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청탁금지법에서는 금품을 전달한 사람의 일관된 진술이 중요하다”며 “진술이 일관되면 ‘잘 받았다’는 문자가 간접 증거로 쓰일 수 있지만 ‘기억이 잘못된 것 같다’는 식으로 진술을 번복하면 혐의 입증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판 박장군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