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사투 ‘3R’… 백신도 무력화되나

입력 2021-07-05 04:01

코로나19에 맞선 인류의 싸움이 3라운드로 접어들었다. 2019년 말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견된 코로나19는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가며 인류에게 치명상을 입혔다. 그로부터 1년여 만에 백신을 선봉에 세운 인류의 반격이 시작되면서 코로나19 팬데믹은 2라운드 만에 종결되는 듯했다. 하지만 인도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세계 각국의 방역망을 뚫고 다시 빠르게 확산하면서 백신마저 무력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지금까지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소수의 부유한 선진국 위주로 이뤄져 왔다. 백신 접종이 저조한 국가를 중심으로 변이 바이러스가 맹위를 떨치는 상황에서 일부 선진국의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응이 까다로운 변이 바이러스의 생성과 확산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선진국들이 백신 공유와 관련 기술 공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테워드로스 아브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2일(현지시간) “우리는 이번 팬데믹에서 아주 위험한 시기를 맞고 있다”며 “백신 공유가 일부 이뤄지고 있지만 물줄기 하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특히 “백신 공급이 변이 확산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델타 변이는 위험하며 진화와 돌연변이를 계속 일으키고 있다”며 “델타는 최소 98개국에서 발견됐고 백신 접종률이 높거나 낮은 국가 모두에서 빠르게 번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거브러여수스 총장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세계 각국이 방역 물품, 치료 기구와 함께 백신을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 모든 국가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의료진 포함 인구의 최소 10%에 백신을 접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내년 7월까지 세계인의 70%가 백신 접종을 완료할 수 있도록 세계 지도자들이 함께 노력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거브러여수스 총장은 mRNA 방식 백신의 생산 허브를 늘려 백신 공급량을 늘릴 수 있도록 화이자와 모더나가 생산 기술과 노하우를 공개하라고 강조했다. 그는 “생산 허브를 늘려 글로벌 백신 공급을 조기에 끌어올린다면 그만큼 일찍 치명적인 확산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원형보다 강력한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할 것이라는 경고는 여러 차례 나왔다. 전문가들은 변이 확산에 따른 위기를 막기 위해 전 세계적인 백신 공유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놨으나 일부 선진국의 ‘백신 이기주의’ 때문에 거의 실현되지 못했다. 백신 제약사가 백신 개발 기술과 생산 노하우를 공유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지만 지식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개발 책임자인 사라 길버트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는 3일 가디언 주말판 옵서버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각국의 백신 확보 문제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 영국도 세계와 완전히 동떨어져 있는 국가가 아니기 때문”이라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계속 전파되고 진화하는 것을 막지 못한다면 정말로 다루기 까다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새로 등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WHO가 '우려 변이(variants of concern)'로 지정해 집중 감시하는 변이 바이러스는 알파 베타 감마 델타 등 4종류다. 4종 모두 확산 과정에서 다양한 변이를 일으키고 있으며 여기서 우려 변이로 격상되는 바이러스가 나올 수 있다고 WHO는 내다봤다. 마리아 판케르크호버 WHO 코로나19 기술팀장은 "델타 변이 역시 '하위 변이(sub lineages)'가 존재하며 전문가들이 현재 추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델타 변이는 전파력이 다른 변이보다 강력한 데다 일부 백신은 잘 듣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델타 변이가 전 세계로 확산할 경우 백신 접종률이 저조한 저소득 국가에서 병상과 의료용 산소 부족, 의료진 부담 가중 등에 따른 보건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델타 변이가 기존의 모든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대체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데이비드 바우어 프랜시스크릭연구소 RNA바이러스 복제 연구실 팀장은 "바이러스학의 관점에서 보자면 델타 변이가 현존하는 모든 변이를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며 "영국에서 확산하던 알파 변이는 약 8주 만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베타 변이도 비슷한 시간 안에 델타 변이로 대체됐다"며 "미국에서도 유사한 추세가 나타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