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친형도 속았다… 가짜 수산업자의 116억 사기행각

입력 2021-07-05 00:02

검사와 경찰서장, 언론인에게 금품을 건넨 의혹을 받는 ‘가짜 수산업자’ 김모(43)씨의 사기 범행 규모가 10년 만에 100배 가까이 불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2008년 남의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하는 등 자잘한 범죄로 1억6000만원을 뜯었던 김씨는 2018년 100억원대 규모의 사기꾼으로 변신했다.

4일 김씨의 과거 판결문과 지난 4월 기소된 사건의 공소장을 종합하면 김씨가 본격적으로 사기를 치기 시작한 건 2008년이다. 법률사무소에서 잠깐 아르바이트를 했던 그는 사무장을 사칭해 개인 회생·파산절차를 진행해 주겠다고 거짓말을 해 36명에게서 1억6000만원을 뜯어냈다. 남의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하거나 집에 정수기를 설치해 사용하기도 했다. 생계형 범죄를 벌이는 ‘잡범’에 가까웠던 셈이다.

7년간 수사망을 피해오던 김씨는 재판에 넘겨져 2016년 11월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 김씨 사건을 심리한 1심 재판부는 “제출된 자료상 피고인이 실제로 변제한 금액은 105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며 “김씨나 김씨 아내 등의 경제 사정에 비춰봤을 때 조속한 시일 내 변제가 이뤄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교도소에서 복역중이던 그는 2017년 12월 30일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돼 풀려났다.

출소 후 6개월 만에 다시 사기를 치기 시작한 김씨의 모습은 10년 전과 달랐다. 그는 1000억원의 유산을 상속받은 재력가로 자신을 포장했다. 경북 포항에 어선 수십 척과 풀빌라를 두고 선박운용사업과 선동오징어 사업을 하는 사업가 행세를 하기 시작했다. 김씨는 이 사업 투자금 명목으로 지난 1월까지 7명으로부터 모두 116억여원을 뜯어낸 혐의(사기)로 지난 4월 기소됐다.

김씨가 돈을 뜯어낸 피해자 면면도 10년 전과 달라졌다. 과거 사무장을 사칭한 김씨가 주로 범행대상으로 삼았던 건 파산 위기에 몰린 취약계층이었다. 당시 김씨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 36명 중 개인회생·파산과 관련해 피해를 입었던 이들만 27명이었다. 이들로부터 뜯어낸 돈은 7000여만원 정도였다. 반면 2018년 사건에서 1인당 피해 액수는 적게는 5000만원에서 많게는 86억원으로 덩어리가 커졌다. 피해자 중에는 김무성 전 의원의 친형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에게 이들을 연결해준 건 A씨였다. A씨는 김 전 의원 친형 등 여러 피해자들을 소개해준 당사자이지만, 본인도 17억여원의 사기 피해를 입었다. A씨는 언론인 출신 전직 정치인으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아 교도소에서 복역하던 중 김씨와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100억원대 사기 혐의로 기소된 김씨의 다음 재판은 오는 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국민일보는 혐의와 관련된 김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김씨 변호인에 연락했지만 변호인은 “비밀 유지 의무 때문에 말씀드릴 수 없다”고만 답했다.

임주언 박성영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