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출금·월성 사건’ 검찰 수사팀, 재판도 직접 참여한다

입력 2021-07-05 00:04

인사이동 직전 청와대 관계자 등을 기소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팀, 월성 원전 1호기 불법 가동중단 사건 수사팀이 향후 관련 재판에 직접 참여하기로 했다. 수원지검과 대전지검이 각각 다뤄온 이 사건들은 법정에서 새로운 진실 발견의 여지가 있고 수사가 완전히 마무리되지도 않았다. 인사 결과 수사팀원들이 흩어지면서 검찰 입장에서 어느 정도의 공소유지 차질은 불가피하다. 다만 사안의 중대성과 이해도를 고려하면 재판에서 수사팀원들을 대체할 이도 없다는 게 검찰 안팎의 시각이다.

4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정섭 대구지검 형사2부장검사 등 옛 수원지검 불법 출금 수사팀은 최근 기소한 이광철 전 비서관 등 관련 재판이 있을 때마다 대검찰청에 서울중앙지검 검사 직무대리 발령을 요청, 공소유지 업무를 직접 수행할 계획이다. 수원지검 수사팀은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과 이규원 검사, 이성윤 서울고검장을 불법 출금 및 수사 무마 혐의로 기소했고 직접 재판에 관여해 왔다.

법조계는 이번 수사의 의의는 결국 법원 판례를 통해 달성될 것이라고 본다. 수원지검 수사팀도 이 전 비서관을 기소한 뒤 “국가기관의 적법 절차 준수에 대해 의미 있는 사건으로 기록됐으면 한다”며 직접 공소유지 의지를 밝혔었다. 법 집행 기관이 법적 절차를 어겼다는 문제로 첨예한 공방이 벌어졌던 형사 사건은 그간 없다시피했다. 법조계는 이번 사건을 ‘한국판 미란다 사건’이라 칭하며 “형사소송법 교과서에 실릴 만하다”고 평가하는 실정이다.

수사팀의 ‘직관(수사검사가 직접 공소유지)’을 둘러싸고는 미묘한 긴장감도 일었었다. 수사팀은 지난달 15일 이 검사 등의 2회 공판준비기일이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판사 김선일)에서 열리기에 앞서 7명의 직무대리 발령을 요청했는데 대검은 3명만 승인했다. 대검이 이러한 요청을 거부한 전례가 있느냐는 말도 나왔지만 심각한 문제까지 비화하지는 않았다. 본격 심리가 진행되는 공판기일이 아닌, 양측의 입증 계획을 논의하는 공판준비기일이었다는 점도 판단에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향후 관련 재판들이 본 궤도에 오르면 다수 검사들의 공판 참여를 요청할 방침이다. 법조계는 이 전 비서관 사건은 차 전 본부장 등의 사건과 병합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지난 5월 13일 기소 이후 아직 기일이 잡히지 않은 이 고검장 재판도 곧 시작될 수 있다. 대구지검과 대전지검 등으로 흩어진 수사팀은 온라인 회의, 일일 출장 등 방법을 강구해 공소유지 업무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상현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장검사가 이끌던 옛 대전지검 수사팀도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의 재판에 직접 참여할 방침이다. 기존 수사팀 구성원 다수는 대전지검에 남아 있고, 앞으로 수사심의위원회 관련 업무도 맡는다. 한 검찰 간부는 “범행 실체를 직접 파악한 이가 재판에도 잘 대응할 수 있고, 법정에서 부딪히며 새로운 진실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