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공무원들이 밀집해 사는 세종시의 한 원룸촌. 자취를 하던 20대 여성 A씨는 오전 3시쯤 베란다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급히 베란다와 방을 연결하는 문을 잠갔는데, 이번엔 초인종이 울리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옆집 남성이 자신의 휴대전화가 A씨 집 베란다에 떨어져 있다며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했다. 겁을 먹은 A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이 확인해보니 실제 남성의 휴대전화가 베란다에 놓여있었다. 남성은 경찰이 경위를 묻자 “친구가 장난으로 던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찰은 사진을 찍은 후 휴대폰을 남성에게 돌려주고 조서를 작성한 뒤 돌아갔다. A씨는 28일 황급히 시골에서 올라오신 부모님과 함께 급하게 집을 이사했다. A씨는 “너무 무서워서 그 집에서 살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사건 발생 다음날 남성이 관리사무소에 A씨의 연락처를 물었다. 자신의 침입 시도를 인정하며 사과하겠다는 명목이었다. 경찰이 지난 2일 다시 확인하자 남성은 그제야 무단 침입 사실을 인정했다. 28일 새벽 만약 경찰을 부르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아무도 모를 상황이었던 셈이다.
신고 당일 피해자와 유력 가해자를 분리 조치하지 않은 점이 논란을 부르고 있다. 세종경찰서 관계자는 “이 경우 피해자와 상의해 임시 거처를 마련하는 조치가 가능하다”고 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작동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현행법상 범인으로 확정되지 않으면 경찰 조치에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달 29일 강력계 사건 접수 연락 이후 4일까지 분리 조치에 대해선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
2019년 전국 1인 가구는 614만7516명, 이 중 여성이 309만3783명에 달한다. 경찰이 적극적으로 초동 대처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신준섭 기자, 대전=전희진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