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뿐 아니라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분야에서도 ‘갑질’로 불리는 직장 내 괴롭힘이 자주 발생하지만 신고는 상대적으로 저조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올해(6월 기준) 접수된 공공기관 직원의 직장 내 괴롭힘 제보 메일 87건을 분석한 결과 공공기관의 경우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접수되더라도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4일 밝혔다. 87건 중 공무원·공기업은 55건, 위탁기관은 32건이었다.
직장갑질119가 공개한 사례를 보면 공공기관 계약직 A씨는 3년간 정규직 상사에게 폭언·인격 모독·따돌림을 당했다. “넌 할 줄 아는 게 뭐냐” “초등학생이냐”는 비하를 셀 수 없이 들었다. A씨는 참다못해 결국 괴롭힘 내용을 기관에 신고했는데 조사관은 되레 ‘별것 아닌 일로 유난을 떤다’는 반응을 내놨다. 신고 뒤 A씨의 고통은 더 커졌다.
지방정부 위탁센터에 근무하는 직원 B씨 역시 센터장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했지만 신고를 하지 못하고 있다. 센터장은 식당을 놔두고 직원들에게 “도시락을 싸서 다니라”고 강요하거나, 문제를 제기하면 결국 스스로 그만둘 때까지 괴롭혔다. B씨는 “센터장이 회사에서는 왕과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직장갑질119는 지자체도 직장 내 괴롭힘이 심각하지만 신고율은 저조하다고 지적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이 17개 광역시·도에서 제출 받은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건수(지난해 1월~올해 4월)는 123건이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2019년 7월 16일 이후 올해 5월 31일까지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전체 신고 건수(2387건)의 5%에 불과했다.
이는 갑질 금지 조례나 규칙이 제정되지 않는 등 피해자 예방 조치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례와 규칙을 모두 갖춘 곳은 서울·울산·경기·전북·경남 등 5곳뿐이었다. 조례·규칙 제정을 비롯해 근절 대책, 예방 교육 등을 기준으로 종합평가한 결과 13곳의 광역지자체가 ‘낙제점’을 받았다. 권두섭 직장갑질119 대표(변호사)는 “정부가 중앙부처와 17개 시·도에 대해 전면적인 실태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