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급식체계 싹 바꾼다… “랍스터 메뉴도 등장할 것”

입력 2021-07-05 04:03
일반 국민들로 구성된 급식·피복 모니터링단 단원들이 지난 1일 전북 익산 육군 부사관학교를 방문해 군 급식실태를 확인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국방부가 ‘부실 급식’ 논란을 계기로 군의 식재료 조달 방식의 전면 개편을 추진하기로 했다. 기존 지역 농·축·수협과의 수의계약 방식 대신 각 부대가 자율적으로 장병들이 선호하는 식재료를 공급받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방부는 4일 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협업해 내년 ‘장병급식 전자조달시스템’(MaT·가칭)을 개발해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새 시스템에서는 군수·재정 등 기존 군 정보체계와 식단편성, 입찰, 계약, 정산 항목 등이 연동된다. ‘학교급식 전자조달 시스템’(eaT)을 군용으로 변형한 형태다.

종전에는 전국 90여개 농·축·수협으로부터 수의계약을 통해 공급자 위주로 납품이 이뤄져 도중에 품목 교체 등이 불가능했다고 국방부는 지적했다. 앞으로는 군이 우선 식단을 편성하고, 이에 맞는 식재료 조달이 이뤄진다. 현재 군에 식재료를 납품하는 농·축·수협 외에도 다수 사업자가 참여하는 경쟁체계로 개편해 식자재 가격을 낮추고, 유연한 납품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국방부는 현재 군단급에만 편성된 영양사를 사단급에 추가 배치하기 위해 올 하반기 영양사 47명을 추가 채용할 계획이다. 부대별로 배치된 영양사가 장병들의 선호 메뉴를 조사해 식단을 구성하게 될 것으로 군은 기대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여단급에도 영양사를 둘 계획이다. 국방부 당국자는 “부대 내 영양사가 재량껏 메뉴를 편성하고, 이에 맞는 식재료를 조달하도록 할 것”이라며 “랍스터 급식으로 유명해진 학교 영양사 사례가 군에서도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량 국내산으로 납품돼 가격이 비싼 육류 등은 수입산을 조달해 충분한 양이 제공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국방부는 또 대규모 교육훈련기관을 중심으로 민간위탁을 추진하기로 했다. 육군훈련소, 해·공군·해병대 교육훈련단 등 식수 인원이 많은 부대를 대상으로 민간기업의 전문성을 도입하는 방안이다. 우선 올해 하반기 10개 부대를 선정해 시범운용할 계획이다. ‘쌀케이크’ ‘쌀햄버거빵’ 등 쌀소비 촉진을 위해 군에 요구되는 규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국방부는 지적했다.

다만 이 같은 군의 급식체계 개편으로 농·어민 반발과 타 부처와의 조율은 숙제다. 국방부는 “기존 군납 조합들은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와 역량이 있기 때문에 입찰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며 “장병을 대변하는 부처로서 장병의 인권 개선을 위해 부처 간 이견이 있어도 조정해낼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