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증 걱정없는 전립선암 시술… 전기자극으로 암세포만 타격

입력 2021-07-05 21:15
중위험도 이하 환자 ‘국소치료법’… 요실금·발기부전 부작용 거의없어
시술 후 대부분 다음날 일상 복귀… 다른 부위에 재발해도 수술 가능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이지열 교수가 최근 도입된 국소 치료법인 나노 나이프 시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나노 나이프 시술은 강력한 전기 자극으로 암세포를 죽이는 신의료술이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지난해 2월 왼쪽 전립선에 2기 암 판정을 받은 이모(62)씨는 치료 방법을 두고 고민을 했다. 수술할 경우 전립선을 전부 들어내야 하는 부담이 컸다. 수술 후 요실금과 발기부전 같은 합병증도 걱정됐다. 의사는 초기 전립선암인 만큼 부작용 우려가 거의 없는 국소(局所)치료법을 권했다. 이씨는 정밀하게 암 부위만 없애는 ‘나노 나이프(Nano Knife)’ 시술을 받고 하루 만에 퇴원했다. 전립선암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전립선특이항원(PSA) 수치가 진단 시 5.7ng/㎗에서 정상 기준(1ng/㎗) 아래로 뚝 떨어졌다. 1년여가 지난 시점에 진행한 재조직검사에서도 암은 발견되지 않았다.

전립선암은 남성에게만 존재하는데 정액의 일부를 만드는 전립선에 생긴 암이다. 전립선은 20g 정도의 밤톨 모양 장기로 방광 아래에 존재한다. 근래 진단 기술 발전으로 전립선암을 조기(1·2기)에 발견하는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치료 방법도 크게 바뀌고 있으며 수술보다는 국소 치료에 대한 요구가 많아지고 있다. 나노 나이프 시술은 가장 최근 도입된 국소 치료법이다.

이는 전립선 내부에 암이 국한된 ‘국소성 전립선암’을 수술하지 않고 강력한 전기 자극으로 암세포를 죽이는 신의료술이다. 저위험도 또는 중위험도 전립선암 환자가 치료 대상이다. 고환 뒤쪽 회음부에 2~6개의 얇은 전극 침을 꽂아 암을 둘러싸듯 고정시킨 뒤 초당 수백만 번의 전기 펄스를 가해 암세포 벽에 나노 스케일(10억분의 1크기)의 구멍을 뚫어 암을 고사시키는 것이다. 구멍이 뚫린 암세포는 세포 안팎의 분자 균형이 무너지며 서서히 죽는다.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이지열 교수는 5일 “여러가지 국소 치료법(고강도집속초음파, 극저온 치료 등)이 활용되고 있지만 대부분 치료 시 높은 열로 인해 주변 조직이 피해를 받는다. 나노 나이프는 전기 치료에 따른 열 에너지가 발생되지 않고 암세포 자체만 고사시킨다”고 설명했다. 요도와 신경혈관 다발, 직장 등 전립선 주변 주요 장기에 열로 인한 위해를 끼치지 않아 환자의 몸에 부담이 적다는 게 장점이다.

나노 나이프 치료는 수술 후 주로 발생하는 요실금, 발기부전 등 부작용이 거의 없어 이와 관련해 걱정이 큰 50대와 60대 초반 환자들과 이전에 복부 수술을 받아 배 쪽으로 치료적 접근이 어려운 환자(회음부로 접근해 치료)들에게 적합하다. 시술 후 대부분 빠른 회복으로 다음날 퇴원해 일상생활 복귀가 가능하다. 다만 전립선이 큰 환자들은 시술 초기에 배뇨 증상과 일시적 요폐(소변이 잘 안 나옴)가 오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또 부정맥 등으로 심장에 페이스메이커(pacemaker) 혹은 제세동기 같은 인공 심장박동기를 심었거나 골반 골절 등으로 금속 장비를 몸에 박은 환자, 간질 경력이 있는 사람들은 나노 나이프 시술을 받을 수 없다. 전기 자극으로 인해 몸 속 금속 장비의 기능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아울러 수술처럼 전립선 전체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술받지 않은 다른 전립선 부위에 암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1년 후 꼭 MRI와 조직검사를 다시 해봐야 한다.

이 교수는 “현재까지 시술받은 환자 100여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 3명만이 다른 부위에 암이 재발했다. 재발해도 다른 국소 치료법과 달리 수술도 가능하다”고 했다.

서울성모병원은 지난해 초 나노 나이프 시술법을 아시아 최초로 도입해 국내 의료기관 중 유일하게 시행하고 있다. 이 교수는 “미국에선 전립선암의 40%가 악성도 낮은 순한 암단계에서 발견되고 있으며 수술하지 않고 국소 치료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나노 나이프 치료 성적이 우수하게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보건복지부의 ‘제한적 의료기술’(대체 기술이 없는 질병 혹은 희귀질환 치료를 위해 신속히 도입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 시 지정)로 고시돼 있어 건강보험은 아직 적용되지 않는다.


국내 전립선암은 최근 10여년간 꾸준히 증가 추세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전립선암 신규 발생자는 2008년 6640명에서 2018년 1만4857명으로 배 이상 늘었다. 남성에게 발생하는 암 중 간암을 제치고 4위에 올라섰고 발생 증가율은 남성암 중 1위다. 육류나 고지방식 섭취 같은 서구식 식생활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립선암 초기에는 특별한 자각 증상이 없지만 진행되는 과정에서 배뇨 곤란, 빈뇨, 혈뇨, 배변 시 불편감 등이 있을 수 있다. 진행 속도가 다른 암에 비해 느려 생존할 가능성이 높지만 다른 장기나 척추, 골반 등 뼈에 전이되면 생존율이 급격히 낮아지는 만큼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