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극단적 선택 5.7% 감소… “5∼10년 후 코로나 여파 고려해야”

입력 2021-07-05 04:04

코로나19로 사회적 스트레스가 증가한 지난해 자살사망자 수가 2019년보다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적 재난 사태를 맞아 국민의 단합이 강화된 영향으로 풀이됐다. 다만 전문가 사이에선 5~10년 뒤에 나타날 여파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2020년 한 해 동안 1만3018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4일 밝혔다. 아직 확정된 수치는 아니지만, 직전 해보다 5.7% 감소했다.

정부는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 단기적 관점에서 자살사망자를 줄이는 데 일조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통상 감염병 대유행이나 지진, 전쟁 등의 시기엔 사회적인 긴장과 국민 단합이 강화돼 극단적 선택을 감소시킨다는 것이다. 아울러 코로나19 통합심리지원단 등의 정책도 충격을 흡수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코로나19 발병 이후 첫 1년간의 통계만 보고 안심하긴 이르다는 게 중론이다. 여타 재난 상황과 달리 코로나19 대유행은 1년6개월째 진행 중이고, 언제쯤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빠르게 전개되는 ‘급속 연소형 위기’였던 메르스와 달리 코로나19는 장기화 경향성을 띠고 있다”며 “사회·경제적 문제들이 수반되는 복합 사회재난으로 보고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기적 영향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선 특히 심리적·사회경제적 타격이 큰 집단을 꾸준히 관찰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확진자나 그 가족, 유가족, 코로나19발 실직자 등이 대표적 사례로 제시됐다. 유 교수는 “장기 영향을 기준으로 대응 전략을 짜야 한다”며 “코로나19로 인한 실직, 생계 위협 등의 경험은 5~10년 이후의 우울이나 자살 생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통계와 관련 연구는 정부가 5일 발간하는 ‘2021 자살예방백서’에 담긴다. 백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6.9명으로 나타났다. 남성이 해당 연도 자살사망자의 70.5%를 차지했다. 연령대별로 따졌을 땐 80세 이상 고령층의 자살률이 가장 높았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