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믿음의 제사

입력 2021-07-06 03:05

성경을 읽다 보면 문득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있습니다. 창세기에 소개된 ‘가인과 아벨의 제사’가 그러합니다. 가인과 아벨의 이야기는 다양한 해석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자칫 잘못 해석하면 이단이 될 수도 있고 잘 해석하면 참 귀한 복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 중 하나는 왜 하나님께서 가인의 제사는 받지 않으시고 아벨의 제사는 받으셨나 하는 문제였습니다. 성경에서 아주 쉽게 ‘가인은 이러이러했기 때문에 안 받으셨다’거나 ‘아벨은 이러이러했기 때문에 받으셨다’라고 쉽게 써주면 좋을 것 같은데 그렇게 기록되진 않습니다. 해석은 대체로 이렇습니다.

첫째 제물의 내용에 관한 추측입니다. 가인은 농산물을 드렸고 아벨은 축산물(양)을 드렸기 때문에 그렇다고 하는데 특히 아벨의 양은 예수님을 예표하는 것이고 가인은 저주받은 땅에서 자란 식물이기 때문에 받고 안 받고가 결정된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만일 그렇다면 뭔가 맞지 않는 이야기가 됩니다. 지금 이 양은 자칭 저주받은 땅에서 자란 식물을 먹고 자랐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가인의 농사는 그 씨가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며 그 씨가 자라도록 햇빛과 공기와 비를 주신 분도 하나님이십니다. 더욱이 농산물이기 때문에 받지 않으셨다는 얘기가 성경에는 없습니다. 오히려 땅에서 자라 수확해 얻은 ‘고운 가루 에바’도 하나님께서 받으시기 때문입니다.

둘째 ‘처음’ 여부입니다. 아벨은 양의 첫 새끼를 드렸다고 했지만 가인은 그런 기록이 없기에 받고 안 받고가 결정됐을 것이라 주장합니다. 하지만 축산물의 경우 태어나는 순서가 있지만 농산물은 축산물과 같이 차례로 자라지 않기에 맞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이에 대해 사도 바울은 히브리서에서 ‘믿음의 제사’로 설명합니다. 구약의 창세기와 신약의 히브리서를 결코 다른 시각에서 보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기록됐기 때문입니다.

가인과 아벨의 제사를 받을지는 ‘믿음의 제사’에 달려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가인의 제사를 받지 않으시니 가인은 화가 났고, 그의 안색은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께 예배하는데, 하나님께서 받지 않으신다고 화가 난 것입니다. 드리는 자와 받는 분의 관계가 뭔가 뒤바뀐 모습입니다. 우리는 예배드리면서 은혜가 되지 않으면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예배를 받는 건 온전히 하나님께서 결정하시는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제사장의 제사를 받으시는 결정은 하나님께서 하시므로 우리는 그 결정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가인은 자신의 제사를 마땅히 하나님께서 받으시는 것이라 여긴 것입니다. 그것이 문제였습니다. 믿음의 제사란 하나님의 결정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내가 최선을 다했으므로 하나님께서 마땅히 받으셔야 한다는 것은 ‘자신의 의’를 이루려는 것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많은 예배를 드리고 하나님의 응답을 기다리며 살아갑니다. 내가 최선을 다했으므로 그것은 마땅히 하나님께서 받으셔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열심과 최선은 다하지만, 예배를 받는 결정은 하나님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의 중심을 보시는 하나님께서 우리 예배를 통해 그의 뜻을 나타내주십니다. 우리의 모든 예배 가운데 하나님의 뜻, 그 응답을 온전히 기다린다면 우리 예배는 믿음의 예배요, 하나님께서 그 예배로 우리의 믿음을 증거 삼아 주실 것입니다.

김현식 목사(대전 샘물교회)

◇대전 샘물교회는 찬양사역자로 활동하던 김현식 목사가 2003년 말씀 사역을 위해 개척한 교회입니다. 현재 감리교 이단 대책연구와 사역자 성경 강의, 교리연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