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장모 피해자 근거 ‘책임면제각서’, 이번엔 유죄 증거 됐다

입력 2021-07-03 04:03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 최모(74)씨가 2일 경기도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최씨는 의료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 최모(74)씨가 2일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데는 경기도 파주의 한 요양병원 설립 및 경영에 실질적으로 참여했다는 여러 정황이 사실로 인정된 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특히 재판부는 최씨가 동업자들로부터 책임면제각서를 받은 것은 그 이전 시점부터 재단과 병원 경영에 관여했었다는 점을 추정하게 하는 근거라고 판단했다. 과거 경찰이 최씨가 책임면제각서를 받았기 때문에 오히려 요양병원 부정수급 사건의 피해자 중 한 명이라고 판단했던 것과는 정반대다.

의정부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성균)는 이날 최씨의 의료법 위반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사기)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검찰의 공소장 내용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여 검찰의 구형과 같은 징역 3년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요양병원 건물 계약 시 최씨가 등장하는 점, 병원 운영과 인수 과정에서 발생한 분쟁에 최씨가 관여한 정황이 있는 점, 윤 전 총장 외 또 다른 사위를 병원 행정원장으로 취직시켜 직원 채용 등에 관여한 점, 병원 X-ray 구입에 관여한 점, 병원 운영 자금 조달에 관여한 점 등을 실형 선고의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쟁점은 요양병원 범행에 피고인(최씨)의 책임이 있냐는 것”이라며 “인정되는 사실관계를 통틀어 보면 의료재단 설립 등에 피고인이 크게 관여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의 이런 판단은 2015~2016년 요양병원 설립 및 경영에 관여했던 동업자 3명에 대한 경찰의 수사와 이들의 사건을 심리한 법원의 판단과는 차이가 있다. 당시 경찰은 최씨가 2014년 공동이사장에서 물러나면서 동업자 등으로부터 받은 책임면제각서가 유효하다고 보고 최씨를 불입건했다. 실제 동업자 3명에 대한 1심 판결문(2016년 6월)에도 “최씨가 의료재단 이사장직을 맡았다가 병원 운영이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판단에 이사장직에서 물러났고, 이 과정에 공동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던 동업자 A씨로부터 병원 운영과 관련된 민·형사적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하는 내용의 책임면제각서를 받았다”는 수사기록 내용이 근거로 명시됐다. 당시 경찰은 최씨와 다른 투자자의 형평성도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 이후 의료재단 공동이사장으로 이름을 올렸던 C씨의 경우 요양병원에 3억원을 투자하고 일부 경영에도 참여했다. 그러나 경찰에 입건됐던 C씨는 검찰 수사 단계에서는 사실상 투자피해를 입었다는 점이 인정돼 불기소 결정이 내려졌다. 최씨는 의료재단 설립 당시 C씨보다 적은 금액(2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경찰과 검찰 모두 최씨를 수익금을 약속받고 투자를 했다가 피해를 본 ‘피해자’로 판단했던 셈이다.

그러나 이날 재판부는 책임면제각서를 작성한 사실 자체가 최씨가 재단 및 병원 경영에 관여했다는 점을 추정할 수 있는 근거라고 봤다. 재판부는 “책임면제각서를 교부받았다는 것은 최씨의 형사책임 성립 여부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서도 “최씨가 의료재단 및 병원 운영에 관한 법적 책임을 지게 될 상황이 발생할까 염려한 것으로 보인다. 최씨가 재단 및 병원 경영에 관여한 사실이 없어 법적 책임도 없다면 굳이 책임면제각서를 요구할 필요도 없다”고 설명했다.

최씨 측은 즉각 항소한다는 입장이다. 최씨 변호인인 손경식 변호사는 “1심 재판부의 판결은 증거 및 법리에 맞지 않는다. 항소심에서 진실을 추가로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