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과거 성공경험 버리고 고부가가치 사업 과감한 투자를”

입력 2021-07-02 04:03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2021 하반기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에 참석하고 있다. 이번 롯데 VCM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화상회의로 진행됐다. 롯데지주 제공

유통업계가 격랑에 휩싸인 가운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계열사 사장단을 불러 모았다. 신 회장은 고부가가치 사업을 고려하는 투자,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창의성을 사장단에 주문했다.

신 회장이 주재한 ‘2021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은 1일 비대면 화상회의로 진행됐다. 송용덕·이동우 롯데지주 대표, 4개 부문 BU(Business Unit)장, 각 사 대표이사와 임원 130여명이 참석한 회의에서 신 회장은 최고경영자(CEO)의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다.

신 회장은 “실적은 개선되는 추세지만 저와 CEO 여러분이 변화와 혁신을 위해 더욱 솔선수범해야 한다”며 “신사업 발굴과 핵심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고부가 가치 사업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과거의 성공경험을 과감히 버리고, 목표달성을 위해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자세를 가져달라”고 강조했다.

롯데 VCM은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 진행됐으나 올해 하반기에는 7월 중순에 진행하던 예년과 달리 보름 가량 당겨졌다. 업계에서는 신 회장의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롯데그룹은 코로나19 위기에 적극 대응하지 못하며 지난해 그룹의 두 축인 ‘유통’과 ‘화학’ 모두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그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그나마 올 들어 롯데케미칼이 부진을 딛고 1분기 매출 4조1683억원, 영업이익 6238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하지만 유통 부문은 침체가 너무 길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도 신세계그룹에 밀리면서 ‘유통 공룡’ 롯데가 유통 시장의 중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 회장은 “CEO는 회사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지고 있다”며 “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시설, 연구·개발(R&D), 브랜드, IT 등에 대한 투자가 소홀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인재 확보와 육성도 주문했다. 신 회장은 “실패보다 더 나쁜 것은 실패를 숨기는 것, 그보다 더 나쁜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 실패조차 없는 것”이라며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업무를 추진할 수 있는 핵심인재 확보에 사업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말했다.

롯데는 1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진행된 ‘2021 하반기 롯데 VCM’에서 ESG 경영 선포식을 가졌다. 사진은 왼쪽부터 롯데그룹 이영구 식품BU장,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이사, 송용덕 롯데지주 대표이사, 신동빈 롯데 회장, 강희태 유통BU장, 김교현 화학BU장, 이봉철 호텔&서비스BU장. 롯데지주 제공

한편 롯데는 이날 VCM에서 ‘ESG(환경·사회문제·지배구조) 경영 선포식’을 열었다. 2040년 탄소중립 달성, 계열사 이사회 산하 ESG위원회 구성 추진, CEO 평가에서 ESG 관리 성과 반영 등이 주요 내용이다. 롯데의 미래가치를 담은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 ‘오늘을 새롭게, 내일을 이롭게(New Today, Better Tomorrow)’도 발표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