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선거 예비경선 후보들의 국민면접관으로 ‘조국 흑서’ 공동저자인 김경율 회계사를 섭외했다가 대권 주자들의 반발로 2시간여 만에 일방적으로 면접관을 교체했다. 경선 흥행을 위해 준비했던 당초 계획이 당내 논란으로 이어지며 예비경선 레이스 첫날부터 삐걱이고 있다.
발단은 민주당 대선기획단의 브리핑이었다. 1일 오후 4시30분 이소영 대변인은 김 회계사와 김소연 뉴닉 대표이사, 김해영 전 의원을 국민 면접관으로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4일 실시되는 대선 경선 후보 국민 면접에 패널로 참석해 ‘독한 면접’을 진행하겠다는 일종의 흥행카드였다.
하지만 민주당은 브리핑 후 2시간만에 김 회계사를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으로 교체했다고 발표를 번복했다.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 등의 대권주자들이 강하게 반발했고, 김 회계사가 조 전 장관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당내에서 ‘부적절한 인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전 대표는 “김경율씨가 주장했던 이른바 ‘조국펀드’는 무죄임이 밝혀졌다. 김씨가 심사하는 경선 행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고, 정 전 총리도 “지도부는 무슨 이유로 조국의 시간을 연장하려는 것이냐”며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김 회계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사전에 연락도 없이 교체 발표 이후에 ‘양해해달라’고 알려왔다”며 “그저께 서로 논의해서 면접관을 하기로 했는데 황당하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출신의 김 회계사는 진보진영에 있다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당시 여권을 혹독하게 비판하며 문재인정부에 등을 돌린 인사다.
앞서 민주당은 ‘국민면접 프레스데이’ 행사를 열고 예비후보들의 정책현안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이 자리에는 추미애 이광재 이재명 정세균 이낙연 박용진 양승조 최문순 김두관(기호순) 후보 9명이 참석했다.
예비후보들은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을 ‘실패한 정책’으로 규정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주택정책에 회한이 많다”며 “많은 정책을 남발했는데 아직도 가격 안정이 안 된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 부동산정책 담당 인사들을 향한 비판도 나왔다. 박용진 의원은 “김수현 전 정책실장과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공급에 문제 없다’고 몇 차례나 말했나. 두 분의 실책이 뼈아프다”고 비판했다.
예비후보들은 김기표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의 부동산 투기의혹 논란 등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배출한 것도 우리 정부다. 검증 시스템이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비후보들은 이른바 ‘조국 사태’에 대해서는 엇갈린 입장을 내놨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조국 사태가 아니라 윤석열 사태”라고 했고, 이광재 의원은 “윤 전 총장은 라이벌을 죽이기 위한 수사를 했다”고 했다. 반면 박 의원은 “내로남불과 정치적 위선 문제에 국민이 민주당을 불신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민감한 현안들에는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반이재명’ 연대가 활성화되는 상황에서 최대한 저자세를 취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지사는 다른 주자들의 단일화에 대해 “후보들 간 연대는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저도 가능하면 연대해보고 싶은데, 잘 안 되긴 한다”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