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이 반면교사”… 尹, ‘운명의 2주’ 헛발질 경계령

입력 2021-07-02 00:02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지난 2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앞으로 ‘대과’ 없이 대선 주자로 안착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대권 행보 초반 연이은 실수·실언에 지지율이 추락하면서 ‘2주 천하’로 끝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윤 전 총장의 반면교사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윤석열 캠프 관계자는 1일 “민심을 듣기 위한 행보의 세부 일정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대권 도전을 선언한 윤 전 총장은 정치인으로 본격 변신을 위해 민심을 경청하는 행보를 구상 중이다.

정치인으로서 첫발을 내딛는 윤 전 총장에게 민심 행보 기간은 ‘양날의 검’이다. 이미지 쇄신을 꾀할 수도 있지만 자칫 실언 또는 실수가 나온다면 지지율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치 기반이 전무한 윤 전 총장에게는 야권 대선 후보 중 지지율 1위 타이틀이 가장 강력한 대권 도전 동력인 상황이다. 지지율 하락은 대선 출마 동력 상실까지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2017년 대선에 뛰어들었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정치 행보 시작과 동시에 시작된 지지율 추락을 버티지 못했다. 반 전 총장은 그해 1월 지지자들의 환영 속에 돌아왔지만 귀국 당일부터 구설에 올랐다. 공항철도 승차권 발매기에 1만원짜리 지폐 두 장을 한꺼번에 넣는 실수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편의점에서 생수를 구입할 때 고급 브랜드 ‘에비앙’을 택하면서 논란이 더욱 커졌다. 이어 취재진을 향한 “나쁜 X들” 발언으로 위기에 봉착했다. 결국 반 전 총장은 초반 2주 행보가 꼬이면서 지지율이 급락했고 귀국 20일 만에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윤 전 총장의 일거수일투족도 관심과 검증 대상이다. 윤 전 총장이 기자회견 도중 고개를 좌우로 돌리는 모습을 자주 보이자 여권에서는 ‘도리도리’로 비꼬았다. 윤 전 총장은 이후 “표정이 너무 굳었고, 고개를 너무 좌우로 돌려 ‘이건 좀 고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만 자연스러운 모습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캠프 관계자는 “억지로 스타일을 바꾸기도 어렵고, 그러면 도리어 실수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탈하면서 거침없다는 평가를 받는 특유의 스타일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요양급여 부정수급 혐의로 기소된 윤 전 총장의 장모 최모씨 사건의 1심 선고 결과도 윤 전 총장에게는 변수다. 2일 1심 선고에서 무죄가 나온다면 윤 전 총장의 정치적 부담이 한결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유죄일 경우 여권의 처가 관련 의혹에 대한 공세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관측된다.

윤 전 총장 지지율 추이도 향후 행보의 변수로 꼽힌다. 현재의 높은 지지율이 지속 유지된다면 국민의힘 입당에 느긋할 수 있지만 지지율이 하락한다면 입당을 서둘러 국면 전환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윤 전 총장의 출마 메시지를 보고 크게 저희와 생각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며 “너무 당기지도 너무 밀지도 않는 밀당을 강하지 않게 하는 형태로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한 걸음 한 걸음, 어떠한 비난에도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겠다”며 “오직 공정과 상식으로, 대한민국의 위대한 국민 여러분과 함께 걷겠다”고 적었다. 여권의 본격적 공세에 쉽게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