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철(사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수사팀이 대검찰청에 기소 의견을 낸 지 50일 만이다. 인사이동에 따라 흩어지는 수사팀은 “국가기관의 적법절차 준수 의무를 따진 사건이었다”며 “위법한 법 집행을 관대하게 바라볼 수는 없다”고 했다. 이 비서관은 검찰의 기소 발표 이후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정섭)는 1일 이 비서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 기소했다. 이 비서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이던 2019년 3월 22~23일 김 전 차관에 대한 불법 출금 조치 전반을 지휘한 혐의를 받는다. 수사팀은 김 전 차관이 당시 피의자가 아니라는 점을 이 비서관도 인식했다고 판단했다. 이 비서관이 차규근 당시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이규원 당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와 연락하며 불법 출금이 이뤄지도록 핵심적 역할을 했다는 게 수사팀의 결론이다.
수사팀은 인사 이동 전날 비로소 이 비서관을 재판에 넘길 수 있었다. 수사팀의 기소 의견부터 대검의 최종 승인까지는 이성윤 서울고검장 기소 때와 마찬가지로 50일이 소요됐다. 대검은 이 비서관의 범의(犯意)가 명확해야 한다는 태도였는데, 수사팀은 “출금 불가능을 알면서도 출금을 했다면 그 자체로 범의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최종 승인은 박성진 대검 차장검사가 내렸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수사팀 조사를 받은 일이 있어 지휘를 회피해 왔다.
여권은 김 전 차관의 불법 출금 논란을 부차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법조계는 법치의 가치와 연관된다며 ‘한국판 미란다 사건’이라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향후 이 사건이 국가기관의 적법절차 준수와 관련해 의미 있는 사건으로 기록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비서관은 “매우 부당한 결정”이라는 입장을 냈다. 그는 “직무 공정성 우려, 국정운영의 부담을 숙고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했다. 그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변필건)가 수사해 온 ‘청와대발 기획사정 의혹’ 사건에서도 피의자 신분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르면 2일 이 비서관의 사표를 수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경원 박세환 기자 neosarim@kmib.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