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만의 ‘지각 장마’ 올해도 예측불가… 3일 전국 영향권

입력 2021-07-02 00:03
올해 장마는 39년 만에 가장 늦은 시기인 오는 3일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반도 북쪽의 차고 건조한 공기가 정체전선 북상을 막아 늦어졌다는 분석이다. 사진은 지난해 서울에서 장마가 시작됐던 6월 24일 세종대로 인근에서 시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는 모습. 최현규 기자

기상 관측 이래 두 번째로 늦은 ‘지각 장마’가 오는 3일 시작된다. 전국에서 같은 날 시작되는 이번 장마는 시작부터 많은 비를 뿌리고 바람 역시 거셀 것으로 예측된다.

기상청은 1일 정례 브리핑에서 “오는 3일 오전 제주에서부터 장마가 시작돼 오후 무렵에는 전국에 첫 장맛비가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애초 올해 장마는 6월 말쯤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한반도 북쪽의 차고 건조한 공기 세력이 강하게 작용해 정체전선 북상을 막는 바람에 늦어졌다.

국내에서 장마가 가장 먼저 시작되는 제주를 기준으로 할 때 역대 가장 늦게 장마가 시작된 해는 1982년이었다. 당시 장마는 7월 5일부터 시작됐다. 통상 장마가 6월에 시작되는 것을 감안하면 장마 시작일이 매우 늦은 편이었다. 지난해 장마 시작일은 6월 10일이었다. 중부지방을 기준으로 할 경우엔 1987년 7월 5일에 시작됐던 장마 이후 가장 늦은 장마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남부지방 기준으로는 1992년 7월 9일에 시작된 장마 이후 가장 늦게 장맛비가 내리는 셈이다.

통상 장마는 제주를 시작으로 다음 날이나 수일이 지난 후 전국에 장맛비를 뿌리지만 올해는 같은 날 전국에서 장마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됐다. 기상청 통계에 따르면 기상 관측 이래 장마가 전국에서 같은 날 시작된 경우는 1973년, 1980년, 1983년, 2007년, 2019년까지 5차례밖에 없었다. 앞선 5차례는 모두 6월에 장마가 시작됐다. 7월에 장마가 시작되면서 같은 날 동시에 장맛비가 내리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기상청은 “올해 유독 한반도 북쪽의 차가운 공기 세력이 강했고, 정체전선에 저기압이 크게 관여해 비구름 떼가 전국을 덮을 정도로 크고 넓게 형성되기 때문이다”고 전망했다.

올해 장마는 첫날부터 강한 비를 뿌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이 이날 관측한 한반도 대기 흐름 자료에 따르면 동중국해에 위치한 정체전선이 북상하면서 동시에 이 부근으로 저기압이 동반된 차고 건조한 공기까지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오는 3일 늦은 밤부터 4일 오전 사이 매우 강한 비가 쏟아질 것으로 예보했다. 특히 중부지방과 전라도, 남해안, 지리산 부근, 제주를 중심으로 일부 지역에선 150㎜ 이상의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지역에 따라 시간당 50㎜ 이상의 집중호우가 쏟아지는 곳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 밖의 지역에서도 30~80㎜가량의 비 소식이 예고됐다.

바람 역시 강하게 불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3일 오후부터 서해안과 제주를 중심으로 시속 35~60㎞(초속 10~16m)의 바람과 함께 순간적으로 시속 70㎞(초속 20m) 이상의 강한 돌풍이 불어 강풍 특보가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 외 지역에서도 시속 55㎞(초속 15m) 이상의 강한 바람이 불 가능성도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번 장마 시작은) 대비 기간이 짧은 만큼 시설물 관리와 안전사고에 더욱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지난해는 역대 최장 기간에 걸쳐 장마가 나타났고 강수량도 두 번째로 많았다. 지난해 제주와 중부지방의 장마 일수는 각각 49일과 54일을 기록했다. 강수량 역시 평년(356.7㎜)의 2배에 가까운 701.4㎜를 기록했다. 역대 가장 많은 장맛비를 뿌렸던 2006년(704.0㎜)과 큰 차이가 없었다. 기상청 관계자는 “올해 장마 종료 시점이나 전체 강수량을 지금 시점에서 예측하긴 어렵다”며 “기상 예보를 예의주시해 달라”고 말했다.

신용일 기자 mrmonst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