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뱅크의 은행업 본인가 취득으로 삼국시대에 들어선 인터넷전문은행이 ‘인재 모시기’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시중은행 출신을 포함, 대규모 경력직 채용을 이어가며 몸집 불리기를 시도 중이다. 파격 대우를 약속하면서 ‘이직 러시’가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지만 은행업계에서는 안정성에 의구심을 표하는 분위기도 적지 않게 감지된다.
토스뱅크는 1일 채용 공고를 내고 디자인, 제품기획, 보안, 코어뱅킹 등 30개 직군에서 50여명의 경력직 직원을 채용한다고 밝혔다. 토스뱅크는 이번에 합류하는 직원에 직전 회사의 최대 1.5배에 달하는 연봉을 제공하고 스톡옵션이나 사이닝보너스 등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카카오뱅크도 지난달 말 기준 임직원 수 1000명을 돌파했다. 이후에도 향후 3년간 500억원을 투자해 우수 인력 채용을 확대할 예정이다. 케이뱅크도 상반기 60여명 규모의 채용을 마친 데 이어 하반기에도 비슷한 규모의 추가 채용을 실시한다.
인터넷은행의 경력직 채용 핵심은 기성 은행권 직원이다. 대형 은행에서 기술과 노하우를 쌓은 직원을 채용해 빠른 성장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수평적인 조직문화, 유연한 근무환경, 연봉 인상 등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정작 주요 시중은행들은 인터넷은행의 ‘인력 빼내기’를 그다지 경계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이 원하는 인력은 우리가 우위에 있는 여신심사, 보안, 금융전략 등 주요 부서 관리자급 이상의 핵심 인력”이라며 “이미 대형 조직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이들이 안정적인 직장을 포기하고 소규모 업체로 이직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아직 기반이 튼튼하지 않은 인터넷은행, 핀테크 등 업체에 합류했다가 몇 년 동안 기술과 노하우만 제공하고 커리어와 상관없는 한직으로 밀려나 후회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전했다.
인터넷은행의 최대 강점으로 여겨지는 혁신성에 의구심을 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부로 보여지는 것과 업계 내부에서 보는 시선은 많이 다르다”면서 “결국 그쪽(인터넷은행) 업계도 업무 강도가 과도하고 초창기 멤버들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등 혁신으로 볼 수 없는 문화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토스뱅크 관계자는 “별도 직급 없이 임직원 대부분이 매니저나 이름으로 불리는 등 자유로운 분위기”라며 “협업이나 소통에 있어 제도권 은행의 번거로운 절차나 제한이 없어 훨씬 자유롭다”고 강조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