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슈퍼 추경… 치밀한 국회 심의와 사후 평가 이뤄져야

입력 2021-07-02 04:05
정부가 1일 확정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 규모는 세출 증액 기준으로 역대 최대인 33조원이다. 올해 초과 세수 31조5000억원에 기금과 세계잉여금을 더한 재원 35조원 가운데 33조원을 추경 사업에 쓰고 2조원은 국가채무 상환에 쓰기로 했다. 1인당 25만원의 재난지원금이 소득 하위 80% 국민들에게 지급된다. 여당은 전 국민 지급을 주장했으나 상위 20%만 지급을 제외하는 것으로 절충됐다. 전 국민 대상에서 한발 물러선 것과 적자국채를 발행하지 않는 것, 일부나마 나랏빚 갚는 데 쓰기로 한 것은 이번 추경의 규모와 사용처에 대한 적절성 논란을 감안한 조율로 보인다. 하지만 연소득이 1억원에 달하는 4인 가구도 재난지원금을 100만원씩 받게 되므로 ‘선심성 돈 살포’가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또 국가채무를 상환하는 금액은 너무 적어서 ‘빚을 갚기는 했다’는 정책적 알리바이로 여겨진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초과 세수를 쏟아부어 추경을 하는 이유에 대해 “3분기를 집단면역과 경제 정상화 동시 달성의 골든타임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촘촘히 지원되도록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예산은 적기에 투입돼야 하고 기대한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적소에 쓰여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심의를 거쳐 추경이 집행된 뒤에는 정말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쓰였는지, 기대한 효과를 제대로 냈는지를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 예컨대 1조1000억원의 예산이 배정된 상생소비지원금(신용카드 캐시백)이 11조원의 민간소비 진작 효과를 낼 것이라고 정부가 예상했다면 이를 사후 검증해야 마땅하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정부가 지난해부터 올해 3월까지 5차례나 추경을 편성했지만 성과 분석이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다. 막대한 예산을 급하다고 막 쓰기만 하고 어떻게 쓰였는지를 확인하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투입한 예산이 구체적으로 어떤 효과를 냈는지를 살펴보고 부족한 점들을 파악해야 앞으로 혈세 낭비, 졸속 추경이 되는 것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