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30)는 얼마 전 한 핀테크 플랫폼에서 평소 소비 패턴에 맞는 카드를 추천받았다. 추천 내역에 뜬 카드를 만들고 일정 금액을 쓰면 많게는 13만원 현금 캐시백 혜택을 받을 수 있다. A씨는 당장 새로운 카드가 필요하진 않았지만, 일단 캐시백을 받고 싶어 카드를 발급했다.
최근 국내 카드사들은 토스, 카카오페이 등을 통해 만든 신용카드로 일정 금액 이상을 결제하면 10만원 가량을 돌려주는 캐시백 혜택을 너도나도 진행하고 있다.
카드사들이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을 우회해 ‘출혈 경쟁’을 지속하고 있는 것인데, 자칫 무분별한 카드 발급을 방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토스에선 자사 플랫폼을 통해 KB국민카드를 만들거나 보유한 고객이 한달여 동안 10만원 이상 결제하면 현금 10만원을 돌려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에서는 신한카드를 만들고 20만원 이상 결제하면 10만원의 캐시백을 받을 수 있다.
핀테크 플랫폼을 통한 캐시백 혜택은 카드사들이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다. 파이가 한정된 내수 시장에서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고 기존 회원을 유지하기 위한 이벤트인 것이다.
문제는 무분별한 카드 발급을 막겠다는 여전법 시행령 취지에 반하는 면이 있다는 점이다. 여전법 시행령 6조7항에 따르면 신용카드 발급과 관련해 연회비의 10%를 초과하는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것은 금지된다. 온라인에서 스스로 카드 회원이 되는 경우 연회비의 100%를 초과하는 경제적 이익을 줄 수 없다.
금융 당국에서도 지난해 이 같은 캐시백 이벤트가 여전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중단을 요청했었다. 그러나 업계에선 여전법 시행령에 ‘신용카드 발급과 관련’이라는 문구가 조건으로 붙은 걸 강조하며 캐시백이 신규 발급이 아닌 기존 고객의 사용 유도로 볼 수 있다는 법 해석을 내놓은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법령 해석은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어 당시에는 (업계 입장을) 반영했지만, 일종의 꼼수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캐시백 이벤트에 참여하려면 직전 6개월간 해당 카드사의 신용카드 결제 이력이 없어야 하는데, 기존 고객이 해당 조건을 맞추긴 어렵다는 점도 있다.
카드업계에서도 핀테크 업체를 통한 캐시백 이벤트가 마냥 달가운 건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신규 고객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카드사들은 일정 부분 손해를 보면서까지 해당 이벤트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쟁 카드사들이 소비자들의 접근성이 높은 핀테크 앱에서 현금성 이벤트로 신용카드 고객 유치를 계속 하고 있는 탓에, 손 놓고 있을 순 없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신용카드 발급 장수는 누적 기준 1억1370만장으로 전년 대비 2.4% 늘었다. 신용카드 수는 2018년 1억장을 넘어서면서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