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11형 아이패드 프로 1세대를 사용 중이다. 2018년에 나온 제품으로 여전히 현역으로 사용하기에 충분한 성능을 발휘한다. 그런데 이번에 애플이 새로 선보인 12.9형 아이패드 프로(5세대)에 눈길이 갔다.
12.9형 5세대 모델을 일주일 간 써보고 내린 결론은 콘텐츠 소비용으로 태블릿PC를 사용한다면 과분할 정도의 성능을 갖췄다는 것이다. 12.9형 5세대에는 애플 M1 칩셋이 탑재됐다. 맥북에어와 맥북프로 등 애플의 PC 라인업에 탑재된 칩셋이 아이패드까지 확장된 것이다. 아이패드로 웹서핑을 하고 SNS를 보고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를 주로 사용한다면 12.9형 5세대 성능의 반의반도 안 쓰는 셈이다. 앱의 실행속도를 측정하는 게 무의미한 수준으로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그럼에도 콘텐츠 소비용으로 12.9형 5세대를 선택할 이유는 애플이 ‘리퀴드 레티나 XDR 디스플레이’로 명명한 미니 LED 디스플레이 때문이다. 미니 LED는 백라이트를 작은 LED로 사용해 명암비를 끌어올리는 기술이다. 12.9형 5세대에는 1만개 이상의 미니 LED가 백라이트로 사용된다. 검은 화면은 OLED에 버금갈 정도로 구현되고, 색상은 화사하다. HDR이 적용된 사진이나 동영상을 볼 때 태양을 담은 장면은 눈이 부시다는 표현을 써도 과하지 않았다.
동영상 편집 같은 전문적인 작업을 주로 하는 사용자라면 12.9형 5세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갖춰야 할 ‘작업 도구’다. M1 탑재로 작업 속도가 비약적으로 발전해 아이패드에서도 맥북에서 하던 업무를 동일한 수준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4K 영상 4개를 동시에 띄워두고 실시간으로 편집을 할 수 있을 정도로 12.9형 5세대의 성능은 발군이다. 집이나 직장에 있는 PC로 작업을 하다가 장소를 바꿔 카페나 야외에서 일을 하고 싶을 때 12.9형 5세대만 들고 나가면 된다. 애플이 아이패드 프로 라인업에 M1 칩셋을 넣었다는 것은 ‘프로’라는 이름이 붙은 제품은 생산성 경험도 기기에 상관없이 동일하게 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맥북 사용자라면 12.9형 모델을 보조 모니터로도 활용할 수 있다. 애플은 맥북과 아이패드를 연동할 수 있는 ‘사이드카’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이 기능을 활성화하면 아이패드를 맥북의 모니터처럼 쓸 수 있다. 각각에 2개의 화면을 띄워놓고 작업을 할 수 있다. 연결성 강화를 통해 모바일 생태계 확대를 노리는 애플의 전략이 녹아있는 기능이다.
12.9형 모델의 단점은 애매한 휴대성이다. 무게는 682g(와이파이 모델 기준)로 들었을 때 무겁다는 느낌은 없지만, 화면이 커서 가방에 넣기엔 다소 부담이 된다. 또 업무용으로 쓰려면 별도로 판매하는 ‘스마트 키보드’를 부착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무게가 1.3㎏를 훌쩍 넘겨 맥북에어보다 무거워진다. 여기에 운영체제(OS) 장벽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애플은 아이패드OS 15를 내놓으면서 멀티태스킹 기능을 강화했지만, 일부 웹사이트는 PC와 동일하게 구현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또 아이패드로 작업을 하려면 애플펜슬이 필수적인데, 아이패드 내에 수납되는 형태가 아니어서 따로 가지고 다녀야 한다는 점도 ‘옥의티’로 볼 수 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