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때부터 교회에 다닌 나는 학교에서나 교회에서 인정받는 ‘모범생’이었다. 학교생활 12년간 개근상과 표창장을 받았고 고등학교 2학년 때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라는 이름의 상도 받았다. 교회에서도 어른 예배까지 단 한 번의 예배도 빠지지 않았고, 주일 아침 6시에 일어나 찬양팀 연습을 시작으로 밤늦게까지 교회에 봉사했다. 이렇게 사는 것은 너무 당연했고 그렇지 않은 것이 비정상이라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때는 학교에서 보충수업까지 끝나면 바로 예배 장소로 뛰어가 작은교회 예배를 드리고 10분 만에 저녁밥을 먹고, 다시 자율학습을 하러 뛰어올라가는 생활을 고3 때까지 변함없이 했다. 20분간의 청소시간에도 청소를 빨리 끝내고 뛰어가 학교를 위해 기도하며 학창 시절을 보냈다. 이렇게 신앙생활에 모든 것을 투자하면서 어떤 불만도 없었고 그런 내 모습에 만족하며 살았다. 선포되는 말씀에 별다른 고민 없이 모두 아멘 했다. 대학생이 돼 교회기숙사에 살 때 자연스럽게 언니들의 모습을 봤다. 예배가 끝나면 말씀을 나누고 고민을 의뢰하고 해결 받으며 하나님 말씀에 감격했다. 분명 내가 언니들보다 신앙생활을 오래 했는데 언니들의 모습은 나와 무언가 달랐고 ‘내겐 왜 저런 감격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말씀에 고민도 없고 죄에 무감각하고 기도시간에 혼수상태로 조는 등 내 신앙의 문제들이 처음 보였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하나님 앞에 이 문제들을 한 번도 의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가 정말 하나님과 인격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인가 의문이 들었다. 그때 교회 언니가 예수님 앞에 정확하게 회개하고 굴복하지 않았다면 너는 주를 위해 산 것이 아니라고 하는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 입술로는 주님이라고 했지만 마음 중심에서는 온전히 굴복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는 기숙사 의자 밑에 주저앉아 간절히 기도했다. ‘하나님, 저 지금까지 하나님을 위해 산다고 살았고요, 전도도 열심히 한 거 아시죠?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주님과 상관이 없으면 어떻게 하죠? 지금까지 제 신앙과 인생이 다 무너지는 것 같아서 너무 두려워요. 어떻게 제가 예수님과 상관이 없을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돼요. 그러나 이런 자존심도 다 내려놓을게요. 살려 주세요.’
이틀 뒤 새벽기도 시간에 목사님께서 회개의 영이 임하길 원한다는 기도 인도를 하실 때 내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기도를 했다. 세상에서 인정을 받으며 열심인 신앙에 자부심을 가졌던 것이 하나님과 전혀 관계없는 악한 중심이라는 것이 그대로 비춰졌다. ‘하나님, 죄송합니다. 지금까지 끊임없이 마음 문을 두드리신 주님을 무시하고 외면했습니다. 내가 주인 되었던 이 악한 죄를 이제야 회개합니다. 예수님을 제 마음에 진정한 주인으로 모셔드립니다.’ 그렇게 온 마음을 다해 주님께 굴복했다. 막혀있던 하나님과의 관계가 한 순간에 뚫리니 온통 감격과 감사뿐이었다. 예수님의 사랑을 감당할 수 없었다.
신앙생활은, 예수님을 주인으로 모시고 인격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었다. 내 기준이 정답이 아니고 하나님 말씀이 진정한 정답이었다. 말씀에만 반응하게 되니 공부를 하든 청소를 하든 모든 일이 다 기쁨이었다. 어떤 모습일지라도 나를 항상 사랑하시고 어떤 상황 속에서도 나와 항상 함께하시는 주님이셨다. 아직 인생의 정답을 찾지 못한 사람들에게 인생의 진짜 정답을 전하는 일에 내 인생 모두를 드리리라 다짐한다.
김정선 청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