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된 사회는 안정된 사회규범 체계를 갖고 있다. 사회규범은 크게 법규범, 도덕규범, 종교규범으로 구성된다.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사회가 갑자기 불안에 빠지는 것은 이들이 서로 충돌할 때 발생한다.
법을 통해 사회변혁을 시도하는 자들에게는 거추장스러운 장애물이 있다. 그들의 생각과 다른 도덕규범과 종교규범이다. 지금 평등법이 초래한 혼란 상황이 바로 그렇다.
평등법은 차별금지를 핵심으로 한다. 직접차별, 간접차별, 괴롭힘, 성희롱, 차별 광고를 모두 차별로 간주하고 금지한다. 이처럼 광범위한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하다 보니 도덕규범 및 종교규범에 따른 표현과 선택은 광범위하게 억압받는다.
평등법이 짓밟는 대표적인 도덕규범과 종교규범은 전통적인 가족제도다. 평등법은 동성애와 양성애를 포함한 ‘성적지향’, 자유로운 성별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성별정체성’, 그리고 ‘가족형태와 가족상황’을 차별금지 사유로 규정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차별적 제도와 정책을 시정하도록 규정해놨다.
그 결과는 무엇일까. 외국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동성애 인정은 동성결혼 합법화로 이어진다. 양성애 인정은 ‘남성+여성+남성’ 또는 ‘여성+남성+여성’ 결합의 허용을 요구한다. 때로는 혼인 중인 사람의 성별전환도 허용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헌법이 철저하게 보호하는 양성평등, 일부일처제의 가족제도를 뒤집어엎겠다는 발상이다.
평등법 제29조에 따르면 어린이집·유치원을 비롯한 각급 학교에서 동성 간 성행위나 성별전환은 모두 정상으로 가르쳐야 한다. 아이들에게 이런 잘못된 교육을 하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어린이가 성전환을 하겠다고 나서는 등 그 폐해는 이미 서구에서 나타나고 있다.
모든 차별을 금지하는 평등법은 ‘참과 거짓’ ‘선과 악’에 대해 선명한 기준을 제시하는 종교규범과 정면충돌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를 비롯한 차별금지법 제정론자들은 “차별금지법이 종교영역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평등법을 준비하던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도 한때 ‘종교 예외 조항’을 마련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은 거짓이었다. 이번 발의된 법안은 종교영역이 차별금지영역에 당연히 해당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못 박고 있다. 결과적으로 기독교계를 우롱한 셈이다.
평등법에 따르면 일반시설은 물론 종교시설까지도 이단을 비판하거나 동성애의 죄성을 강조할 수 없게 된다. 설교·강연·연극을 통해 동성애자, 신천지 신도, 종북좌파가 수치심·모욕감·두려움을 갖게 되면, 설교자·강연자·연출자는 거액의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길거리나 직장에서 전도할 경우다. 자칫 괴롭힘을 줬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뿐 아니다. 평등법에 따르면 신학과에 동성애자나 신천지 신도의 입학·편입을 제한하거나 자퇴 요구, 퇴학을 시킬 수 없다. 또한 신학교에서 동성애나 성별전환 반대 강의도 할 수 없게 된다.
한편 평등법은 기독교 기관, 단체 및 기업에서 동성애자나 다른 종교인이라는 이유로 채용을 거부하거나 해고하는 것을 금지한다. 그 결과, 종교교육과 선교 목적의 기관이 점차 세속화되고 말 것이다. 이것이 진짜 평등법 제정 추진세력이 바라는 게 아닐까.
과연 우리 국민은 평등법안을 지지하는가. 평등법안 발의자들은 국민청원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촉구 10만명 돌파를 마치 다수 국민이 찬성한 것으로 포장했다. 과연 그런가. 지난해 7월 10만명 이상이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국민청원에 동참했다. 최근 ‘평등법 제정 반대’ 국민청원은 5일 만에 10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이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지난해 8월 실시한 국민 인식조사에서 ‘차별금지법의 숨은 의도가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하는 차별을 처벌하려는 데 있다’는 걸 제대로 알린 결과, 국민 78%가 반대 또는 유보입장을 밝혔다.
지금 한국에선 법규범을 내세워 도덕규범과 종교규범을 내쫓으려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 합의를 무시하고 특정 정치세력이 억지로 만든 법률이 사회규범이 될 순 없다. 자신만의 생각을 규범이라고 포장한 뒤 지키라고 강요한다면 폭력이고 만행일 뿐이다. 그래서 평등법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음선필 홍익대 법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