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 구상유취와 꼰대, 그리고 한국교회

입력 2021-07-03 04:02

정치권 안팎에 ‘입에서 젖내가 난다’는 ‘구상유취(口尙乳臭)’ 발언이 회자되고 있다. 만 35세 나이에 국민의힘 당대표로 선출된 이준석 대표를 두고 한 말이다. 도마 위에 올린 장본인은 바로 전광훈 목사다.

그는 지난달 15일 전북도청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아직도 젖비린내 나는 이준석이가 당대표가 돼서 뭐라고 하고 있느냐”면서 “전혀 대한민국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저 외국에서 주워들은 거 배운 걸 가지고 자전거를 타고 출근한다”고 비난했다. 한발 더 나아가 그는 “이미 문재인 정권에 당했는데, 이번에 이준석에게 10년을 당하면 대한민국은 끝나는 것”이라는 해괴한 논리를 폈다. 그로부터 9일 뒤 열린 국민혁명당 창당대회에서 신임 대표가 된 전 목사는 “이준석 하태경 유승민 황교안 김종인 등이 장악한 국민의힘은 정체성 불명의 잡탕이자 국가 철학과 가치가 아닌 이권과 기회주의로 뭉쳐진 집단일 뿐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에 대해 김영환 전 국민의당 의원이 반박에 나섰다. 전 목사가 국민의힘 이 대표를 향해 “젖비린내 난다”고 비난한 것과 관련해 “공생애 33년의 예수님 생애를 생각해 봐도 온당치 않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준석 대표에 대한 비판은 애정과 정확한 내용을 가지고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어 그는 “1971년 40대 기수론으로 세대교체론이 부상했을 때 유진산 신민당 총재가 구상유취가 난다고 했다”면서 “그러나 그때 젖비린내가 역사를 바꿨다”고 역설했다.

이 대표가 과연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낼지 아직은 미지수다. 하지만 세대를 넘나드는 범상치 않은 돌풍의 끝이 어디쯤일지 가늠해볼 수는 있을 것 같다. 지난달 14일 첫 당무를 시작한 직후 5일간 무려 1만2000여명의 당원이 새로 입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규 당원은 20·30대가 36%, 50·60대가 41%로 ‘이준석 바람’이 전 세대에 불었다고 분석됐다. 바야흐로 대한민국 사회 전반의 세대교체 바람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세대교체 바람은 한국교회도 예외가 아닐 것 같다. 하지만 교계에선 아직도 시기상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대표 연배의 30대 중반 목회자라면 해마다 9월쯤 열리는 교단 총회 참석은 꿈도 꿀 수 없다. 하지만 이 대표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평등법’(차별금지법) 입법에 대해서도 최근 들어 명확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한 방송 인터뷰에서 “저는 지금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는 생각”이라면서 “기독교적 관점도 있고 이게 혼재돼 있다. 이러다 보니까 아직 입법 단계에 이르기에는 사회적 논의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이상민 의원 외 23명이 발의한 ‘평등법’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국민 갈등을 조장하기 때문에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도록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 대표에게 ‘젖내 난다’는 막말을 퍼부은 전 목사야말로 ‘꼰대 중 상꼰대’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 같다. 최근에는 기성세대 중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해서 자신보다 지위가 낮거나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이른바 꼰대에서 파생된 ‘꼰대질’을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의미로도 사용되고 있다. 전 목사의 ‘꼰대 발언’은 어불성설이다. 그는 현재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이자 한때 한국교회의 대표적 보수 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을 지냈다. 전 목사도 이 대표 이상으로 평등법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차원이 다르다. 무려 서른 살이나 많은 전 목사가 고성으로 떠드는 소리와 조곤조곤 낮은 목소리로 얘기하는 이 대표의 주장에 누가 더 귀를 기울일까.

누가 ‘꼰대’이고 ‘젖내 나는’ 사람인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차제에 한국교회 지도자 그룹도 30·40대에게 하루속히 문턱을 대폭 낮추고 개혁 과제를 실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꼰대’나 ‘적폐·수구세력’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윤중식 종교기획부장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