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죗값 너무 무거워”… 주거침입강제추행죄 위헌제청 속출

입력 2021-07-01 00:05
국민일보DB

헌법재판소에 주거침입강제추행죄의 처벌조항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판단해 달라는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주거침입과 강제추행을 함께 저지른 경우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 부분이 문제가 됐다. 죄에 비해 형벌이 과하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지만 주거를 침입해 벌인 성범죄를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5월 25일 헌재에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1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지난해 5월 법 개정으로 제3조1항에 규정된 주거침입강제추행죄 등의 법정형이 징역 5년 이상에서 7년 이상으로 상향됐는데, 이 법 조항의 위헌성을 가려 달라는 것이다. 앞서 다른 법원 3곳도 같은 조항에 대한 위헌제청을 결정했다. 올해 헌재에 접수된 위헌제청 21건 중 4건이 주거침입강제추행죄의 처벌조항에 집중된 셈이다.

주거침입강제추행죄의 위헌성을 다투려는 시도는 이보다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 주거침입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을 받던 피고인의 위헌제청 신청을 법원이 기각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거침입준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20대 A씨는 항소심에서 위헌제청을 신청했지만, 지난 8일 서울고법에서 기각됐다. A씨 측은 해당 법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을 냈다.

이 조항이 논란이 된 건 높은 법정형 때문이다. 법이 정한 형량이 징역 7년 이상이라 재판부가 작량감경을 해도 징역 3년6개월보다 가벼운 형을 선고할 수 없다. 즉 징역 3년 이하의 형을 선고할 때만 가능한 집행유예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징역 7년 이상은 살인죄의 법정형(징역 5년 이상)보다도 높다.

이미 법 개정 과정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제기됐다. 주거침입강제추행죄 등의 법정형 하한을 징역 7년으로 올리는 개정안에 대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검토보고서는 “살인죄의 유기징역형 하한보다 무거운 법정형을 규정하려는 경우 죄질의 중대성 등을 판단함에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법무부도 “제3조1항에 규정된 모든 유형의 범죄에 대해 작량감경을 해도 집행유예 선고가 불가능해진다”며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중한 주거침입강제추행죄를 범한 사람은 강력한 처벌을 하는 게 맞는다”면서도 “추행의 정도가 심하지 않는 경우 등에도 실형을 선고하는 것은 다른 범죄의 형벌과 균형 측면에서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한 고법 판사는 “아파트 공용공간에 대해서도 주거침입죄가 성립이 되는데, 여기서 추행이 이뤄지면 주거침입강제추행죄가 될 수 있다”며 “주거침입강제추행죄에 대해서는 주거침입의 범위를 좁게 해석하는 등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지난해 법이 개정된 취지를 이해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가장 안전해야 할 주거공간에 누군가가 침입해 성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피해자가 겪을 상당한 공포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이 법의 취지”라고 말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