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산업생산이 한달만에 오름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속내를 보면 반길 일은 아니다. 산업의 핵심인 광공업과 서비스업 생산은 하락했는데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뒤따르는 공공행정 분야의 생산만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소비와 투자도 모두 뒷걸음질치면서 경제 분야에서 공공 의존도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5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전산업생산은 전월인 4월보다 0.1% 증가한 111.4(2015년=100)를 기록했다. 전산업생산은 2월(2.0%), 3월(0.9%) 두달 연속 증가한 뒤, 4월(-1.2%) 감소했다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게 됐다.
산업생산의 반전은 전적으로 공공행정 생산이 늘었기 때문이다. 공공행정 생산은 전월 대비 8.1% 증가했는데, 이는 2014년 10월(9.7%) 이후 6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통계청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따른 재료비와 운영비 투입 등 제반 활동이 공공행정 분야로 분류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제조업 부진(-1.0%) 영향으로 광공업 생산은 전월 대비 0.7% 감소했다. 광공업와 제조업은 지난 3월부터 나란히 세 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자동차 생산과 기계장비는 각각 6.6%, 5.6% 줄었다.
회복세를 보이던 서비스업 생산도 4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거리두기 완화 영향으로 숙박·음식점(2.5%) 생산은 늘었지만, 도소매(-1.3%), 금융·보험(-1.0%)에서 생산이 줄어 전월 대비 0.2% 감소했다. 건설업도 전월 대비 4.1% 감소했는데, 4월(-2.2%)에 이은 2개월 연속 감소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 지수는 118.3으로 1.8%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7월(-6.1%) 이후 10개월 만에 최대폭 감소다. 소매판매액은 앞서 3월(2.5%)과 4월(2.1%) 두달 연속 증가한 바 있다. 통계청은 “두달 연속 증가에 따른 기저효과와 날씨 요인이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의복 등 준내구재가 8.8% 줄었다. 잦은 강수로 여름 의류 판매가 줄어든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0.4%)도 감소했고, 승용차 등 내구재 판매만 1.0% 늘었다.
일각에서는 소비가 예상보다 이른 정점을 찍은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주요 지표가 감소하거나 감소로 전환하며 전체적으로 주춤했지만 건설 쪽을 제외하면 나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설비투자는 기계류와 운송장비 투자가 모두 줄어 전월대비 3.5% 감소했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2 포인트 오른 101.4였고,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4 포인트 상승한 104.1로 집계됐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2개월째,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4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