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 끝, 사무실 가느니 그만 둘래”… 美 ‘대량사직’ 사태

입력 2021-07-01 00:03 수정 2021-07-01 00:03

미국 내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가로 확산세가 잠잠해지면서 직장인들이 서랍 속에 넣어둔 사표를 꺼내 들고 있다. 회사가 사무실 복귀를 추진하자 재택근무 매력에 빠진 이들이 더 나은 근무 환경을 제공하는 직장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미 경제매체 CNBC는 29일(현지시간) 사무실 근무를 정상화하려는 기업들이 증가하면서 퇴직을 고려하는 직원들도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많은 근로자의 가치 평가 기준이 바뀌고 최근 구인난이 심화한 데 따른 것으로 ‘대량 사직(Great Resignation)’이라는 표현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라고 CNBC는 설명했다.

미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퇴직자 수는 400만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퇴직률은 2.7%에 달했다. 이는 전년 동기(1.6%) 대비 1.1% 증가한 수치로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코로나19 진정세를 두고 기업과 근로자의 동상이몽이 펼쳐지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대체로 일상이 복구되고 있으니 직장으로도 복귀하라는 입장이다. 인력운용 전문업체 라살 네트워크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미국 내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70%는 “올가을 안으로 근로자들의 사무실 복귀를 추진할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지난 1년여간 재택근무에 적응한 직장인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의 지난달 조사에 따르면 근로자 81%가 “사무실 복귀를 원치 않거나 재택근무와 사무실 출근을 병행하고 싶다”고 답했다. 팬데믹 상황이 개선되더라도 유연 근무를 이어가고 싶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를 해온 자동차 마케팅 컨설턴트 블레이즈 불록(34)은 “회사가 사무실 출근을 재개하기를 바라지만 나는 원하지 않는다”면서 “현재처럼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삶이 내가 원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극심한 구인난은 근로자들의 이직 선택 폭을 한층 더 넓히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4월 미 기업의 구인 규모는 930만명으로 퇴직자 수의 배 이상이었다. 미 채용 사이트 ‘몬스터 닷컴’ 선임 부사장인 스콧 블룸색은 “비어 있는 일자리가 어느 때보다 많다”며 “외부에 눈을 돌리는 근로자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몬스터 닷컴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근로자의 95%가 이직을 고려하고 있으며 92%는 기존 일자리와 완전히 다른 직종으로 전직할 의향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비즈니스 전문 소셜미디어 ‘링크트인’의 컨설턴트 스티브 캐디건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세상을 다르게 이해하기 시작했다”며 “향후 몇 년간 엄청난 대이동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