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만남-이상훈 미성대 총장] “온라인도 선교적 공간… 어떻게 관계 맺을지 고민해야”

입력 2021-07-02 03:04
이상훈 미성대 총장이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에서 책 ‘뉴노멀 시대, 교회의 위대한 모험’을 펴낸 계기를 설명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그간 한국교회는 일부 교회의 성공모델을 답습하는 사역을 주로 펼쳐왔습니다. 이런 방식으로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 어렵습니다. 팬데믹으로 사역 대상의 생활양식이 크게 바뀌었기에 더 깊은 연구와 애정 없이는 이들에게 다가가기 어려울 것입니다.”


최근 ‘뉴노멀 시대, 교회의 위대한 모험’(교회성장연구소)을 펴낸 편저자 이상훈(50) 미성대(AEU) 총장은 코로나19 이후 한국교회 사역 방향을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미성대는 미주성결교회 목회자를 양성하는 총회 신학교육기관이다. 이 총장은 북미와 한국교회를 두루 방문하며 창의적 사역 현장을 발굴해온 선교적 교회(Missional Church) 운동 전문가다. 2015년부터 ‘리폼처치’ ‘리뉴처치’ ‘리싱크처치’ 등의 책을 연달아 출간하며 북미교회에 등장한 새로운 사역 모델을 국내에 소개해왔다. 이번 책에는 팬데믹 시대를 잘 넘긴 국내외 교회의 사역 사례를 담았다. 책 출간에 맞춰 방한한 이 총장을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에서 만났다.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던 지난해 3월, 그는 선교적 교회를 지향하는 교회 연합체인 ‘미카(MiCA)’ 소속 목회자들과 4개월간 격주로 온라인 모임을 가졌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를 팬데믹으로 선언한 직후 온라인 예배가 일상화되고 온라인 성찬이 허용되는 등 먼 미래로 생각했던 변화가 일순간에 나타났을 때다. 이 총장은 “온라인 토론을 계속하다 보니 지역교회가 코로나19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에 관한 구체적 대안이 나오더라”며 “이를 우리만 공유하지 말고, 한국교회와 나누자는 마음에서 한·미교회와 미국의 한인교회 목회자, 미국 현지에서 선교적 교회 운동 이끄는 사역자 12명을 모아 한국교회 미래를 준비하는 책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책에는 경기도 성남 만나교회와 미국 새들백교회, LA 새생명비전교회 등에서 실제로 시행된 제자훈련과 소그룹 목회 상담, 지역사회 선교 사례가 상세히 제시돼 있다. 이 총장은 이 가운데 한국교회가 참고할 만한 사역 모델로 경기도 안양의 새중앙교회(황덕영 목사)와 미국 새들백교회(릭 워렌 목사)의 온라인 사역 사례를 들었다. 새중앙교회는 코로나 시대를 맞아 어려움을 겪는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지역 상품권으로 물품을 구매하고 지역사회 환경 미화에 앞장섰다. 지역 취약계층에겐 반찬 등 생활 물품을 전달하고 주변 미자립교회엔 방역물품과 미디어 교육을 지원했다. 새들백교회는 ‘비신자를 위한 온라인 사역 수립’ ‘온라인 소그룹·제자훈련 활성화’ 등의 전략으로 코로나19 상황 중에도 비기독교인을 전도했다.

한국교회는 이번 사태로 온라인 사역 가능성을 확인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온라인 예배로 예전처럼 성도가 교회에 찾지 않을 거라는 불안감도 감돈다. 그는 “온라인 사역을 오프라인 사역의 대척점으로 여기거나 일시적 대용품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며 “온라인도 선교의 공간인 만큼 교회는 선교적 시각에서 온라인 공간을 바라보고 거기서 어떻게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오프라인 사역의 활성화를 위해선 색다른 접근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오프라인 예배에서 온라인 예배를 드릴 때보다 은혜와 임재를 더 강력하게 체험하지 못한다면, 굳이 예배당을 찾을 이유가 없어진다. 그는 오프라인 사역 활성화를 위해 한국교회가 ‘소그룹 활성화로 공동체 영성을 키우는 데 주력할 것’을 권했다. 성도 간 교제 등 공동체적 경험을 구현하는 데 있어 온라인 사역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지난해 교회 발 2차 감염으로 지탄을 받은 한국교회가 대사회 신뢰도를 회복하려면 낮은 자리로 가야 한다는 조언도 내놨다. 이 총장은 “세상에 ‘교회만이 희망’이라고 말하기 전에 교회가 그동안 세상 속에서 소금과 빛의 역할을 충실히 했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며 “교회 성장이 아닌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해 교회가 연합하고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사회적 약자를 돌아본다면 성도뿐 아니라 비기독교인의 마음에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