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화교들이 모여 살던 서울 마포구 연희로 골목을 따라가면 ‘言盐教会(옌옌자오후이)’라고 쓰인 한 교회의 중국어 간판이 나타난다. ‘언약의 소금교회’라는 뜻으로 한범수 담임 전도사가 이주민, 유학생 등 중국인 이방인을 섬기기 위해 2019년 개척한 새오름교회의 중국어 이름이다.
한 전도사가 중국과 인연을 맺은 건 16년 전 중국에 유학을 가게 되면서다. 그는 30일 “가정형편이 어려워 아들이 공부에 담을 쌓게 한 게 미안했는지 갑작스럽게 어머니께서 중국 유학을 권하셨다”며 “마침 어머니의 전화가 왔을 때 교회 청년 수련회에서 기도하고 있었다. 하나님이 나를 중국으로 인도하심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유학을 마친 그는 2012년 귀국해 감리교신학대학원을 졸업한 후 대형 교회에서 사역을 시작했다. 그러나 한국인 위주의 예배, 사역 프로그램에 중국인들이 적응하지 못하고 떠나는 모습을 보고 새로운 부르심을 느꼈다고 한다. 한 전도사는 “기존에도 중국인 교회가 있지만 중국 동포가 중심이다 보니 중국인 이주민, 유학생은 여전히 소외됐다. 이들을 위한 교회를 개척한 이유”라고 말했다.
새오름교회는 감염병 등 여파로 현재 신자가 20명 안팎에 불과하지만 ‘이방인을 위한 선교’라는 새로운 목회 유형에 대형교회에서 강연 초청이 오는 등 교계의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일에는 중국인을 대상으로 예배를 드리고 평일에는 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친다. 최근엔 비신자인 한국인 아동, 학부모를 위한 중국어 교실을 열고 복음을 전하고 있다. 코로나19가 퍼지기 전까진 한·중 청년들이 모여 소통하는 한중청년문화교류회도 열었다.
신자인 중국인 유학생 장란(28)씨는 “처음에 교회를 몇 군데 가봤지만 언어 문제로 하나님을 알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타향살이에 따른 외로움을 이곳에서 나눌 수 있고 언어의 장벽 없이 말씀을 들을 수 있어 감사하다”고 전했다.
한 전도사는 “하나님이 중국어라는 달란트를 거저 주셨으니 나도 이를 이용해 말씀을 전하려 한다. 중국인들에게 따뜻함과 평안함을 주는 친정과 같은 교회를 만들어 한국과 중국을 잇는 영적 다리가 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