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톡!] 뜨겁게 기도하고 시원하게 먹던 평양냉면도 그립고…

입력 2021-07-01 03:01

최근 한 목사님을 만났습니다. 2년 동안 이어지는 코로나19로 목회가 무척 어렵다는 말을 먼저 꺼냈습니다. 그러면서 여름마다 하던 산상성회를 열지 못해 교인들의 아쉬움이 점점 커진다고 하더군요. 산상성회는 뜨거운 여름 시원한 산에 올라 부흥회를 여는 걸 말합니다. 하계수련회나 산상기도회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립니다.

코로나19로 여럿이 모이는 집회가 중단됐습니다. 물론 온라인 부흥회 등 새로운 형식의 신앙훈련 프로그램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함께 모여 뜨겁게 기도하고 말씀을 듣던 즐거움을 누릴 수 없게 됐다는 사실입니다.

서울 영락교회에 다니는 한 권사님은 기도원에서 열리던 산상기도회에서 마음껏 기도하던 때가 그립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냉면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서울 강북구에 있는 영락기도원에서는 기도회 마지막 날 교인들에게 평양냉면(사진)을 대접하는 전통이 있습니다. 양지와 아롱사태를 100근 가까이 삶아 만드는 육수에 메밀면을 말아 만드는 영락기도원 냉면은 피란민들이 주축이 돼 세운 교회의 ‘소울푸드’입니다. 이 권사님은 “코로나19로 기도원 산상기도회도 열리지 않고 냉면도 맛볼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곧 기도원에 올라 기도할 날이 올 거라 믿는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몽골에서 사역하는 김영석(가명) 선교사님은 단기선교팀이 그립다고 했습니다. 대학생들의 방학이 시작되는 6월부터 여러 교회 단기선교팀이 선교지를 방문했는데 지난해부터 모든 방문이 중단됐기 때문입니다.

김 선교사님은 “단기선교팀이 오면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다 챙기느라 힘이 들었는데 이제 그마저도 그립다”며 “먼 나라까지 찾아오는 발걸음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새삼 깨닫는 시간”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예전보다 더 많은 선교팀이 찾아와서 내가 쓰러져도 좋으니 부디 선교 열정으로 무장한 이들의 반짝이는 눈빛을 몽골에서 빨리 다시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어린이들과 청년들이 참여하는 여름성경학교와 농어촌교회 봉사활동도 여름 행사의 백미 중 하나입니다. 산상 성회나 기도회에 참석하는 장년뿐 아니라 다음세대들도 ‘여름 추억’ 하나쯤 가지고 있는 건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대전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한 성도는 “청년부 활동의 꽃은 시골교회를 찾아 성경학교도 열고 전도도 하며 마을의 노후주택 수리도 하는 하계 봉사였다”며 “코로나19로 매년 하던 봉사활동을 2년 동안 못하고 있어 답답하다. 여름마다 만나던 분들이 너무 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흰 구름 뭉게뭉게 피는 하늘에/ 아침 해 명랑하게 솟아오른다”로 시작하는 여름성경학교 교가를 올해도 온라인으로 불러야 하는 어린이들도 과거가 그립기는 마찬가지 아닐까요. 매일 별일 없이 반복되던 평범했던 일상이 더욱 그리워지는 여름입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