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사는 것은 같이 숨 쉬는 것이다. 혼자 쉬는 숨은 없다.” “도망칠 수 없는 공기재난 앞에서 우리는 모두 이미 혹은 잠재적으로 피난민이다.” “우리는 일시적이지만 일상적이고, 급박하지만 든든하고, 낯설지만 호혜적인 공기관계를 구성함으로써 더 자주 더 극심하게 찾아올 공기위기를 겨우 살아낼 수 있을 것이다.”
강렬한 이 세 문장만으로도 책의 주제가 설명된다. 카이스트 전치형 교수와 그의 연구팀이 쓴 이 책은 근래 우리가 통과해온 미세먼지, 코로나19, 폭염이라는 세 가지 위기를 공기 문제로 꿰어내면서 우리 사회를 ‘호흡공동체’로 명명한다.
책은 르포와 인터뷰, 당시 기록 등을 재구성해 세 위기를 찬찬히 돌아본다. 그것이 모두 ‘공기위기’ ‘공기재난’이라는 점을 알려주고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관계’를 생각해보게 한다. 공기가 과학의 문제를 넘어 정치의 문제라는 점을 알게 한다. 이를 통해 호흡공동체라는 새로운 의제를 인상적으로 제시한다.
책은 미세먼지, 바이러스, 폭염 등 공기재난 속에서 우리의 숨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호흡을 나누는 것이 어느 때보다 위험해진 시대에 타인과 연결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공기청정기 마스크 에어컨 등으로 둘러싸고 혼자 안전하면 될까, 위험한 공기 속에 방치된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등 낯선 질문을 던진다.
저자들은 공기위기 속에서 기업과 소비자가 추구하는 각자도생의 길 대신 과학과 정치가 협력해 공동체의 길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피난의 공동체’를 만들고 ‘피난민 되기’와 ‘피난민 맞이하기’를 연습하자고 말한다. 2018년 폭염 사태 속에서 서울 노원구청이 마련한 야간 무더위 쉼터는 우리가 앞으로 구성해야 할 피난 공동체의 모습이 될 수 있다.
“임시적일 수밖에 없더라도 매 순간의 곤경에 충실히 대응하는 것, 완벽한 도피가 불가능함을 알면서도 최선의 돌봄으로 피해를 줄이는 것, 무엇보다 폭염 취약계층이 재난 앞에서 흩어져 각자 살도록 내버려 두는 대신 이들과 같이 숨 쉴 수 있는 공기를 마련하는 것.”
김남중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