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1위 대선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자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무능한 검사의 넋두리” “정치깡패의 보복” 등 원색적인 비난이 일제히 쏟아졌다. 송영길 대표는 29일 “특수부 검사로만 일생을 보낸 분에게 국민이 지지를 보내는 것에 민주당이 반성해야 한다”며 자세를 낮춤과 동시에 윤 전 총장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윤 전 총장의 대선 출사표에 민주당은 기다렸다는 듯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송 대표는 본회의 전 기자들과 만나 “정치·경제·사회·문화 전 영역을 책임져야 하는 게 대통령 자리인데, 국민께서 오죽 민주당이 미웠으면 일생을 검사로만 보낸 분에게 지지를 보내겠느냐”며 에둘러 비꼬았다.
강성 친문계인 윤호중 원내대표도 ‘무능한 집권세력의 국민약탈을 막아야 한다’는 윤 전 총장 출마 선언에 대해 “본인 이야기 아니냐. 무능한 검사의 넋두리”라며 평가절하했다.
민주당은 윤 전 총장에 대한 당 차원의 검증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소영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별도의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형태는 아니지만, 대표를 포함해 당에서 일반적인 검증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권 대선 주자들도 윤 전 총장 때리기에 나섰다. 법무부 장관 재직 당시 윤 전 총장과 전면전을 벌였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공직자의 본분을 망각한 헌정 유린”이라며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싸잡아 비난했다. 추 전 장관은 BBS 라디오에서 “윤 전 총장은 지금까지 공개된 행보만으로도 대권의 꿈을 가져서는 안 되는 부적격한 분”이라고 꼬집었다.
이재명 경기지사 측의 5선 중진 안민석 의원은 페이스북에 “남이 써준 것(선언문)으로 좋은 것은 다해보겠다는 ‘중딩(중학생)’같은 발표였다”고 폄훼했다. 그러면서 “현실 인식과 비전 모두 뜬구름 잡기식의 공허한 말 잔치”라고 했다.
이낙연 전 대표를 돕고 있는 청와대 일자리수석 출신의 정태호 의원도 조롱 섞인 반응을 내놨다. 정 의원은 페이스북에 “처음엔 긴장감이 들었지만 3분의 1쯤 보다가 헛웃음이 나왔다”며 “안심이 된다. 윤 전 총장이 대통령이 될 일은 없을 것 같다”고 힐난했다.
강성 친문계 의원들 사이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정청래 의원은 TBS 라디오에서 “검찰총장직을 정치적 발판으로 삼으면 정치깡패”라고 힐난했다. 최고위원을 지낸 신동근 의원은 “‘별의 시간’은 짧고 ‘벌의 시간’은 길 것”이라며 혹독한 검증을 예고했다.
당내에선 윤 전 총장 등판이 큰 위협 요소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류도 읽힌다. 한 재선 의원은 “민주당 공격을 받기 전에 국민의힘 내부 총질로 무너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의원도 “윤 전 총장 효과는 신기루”라며 “검증 과정에서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침묵했다. 윤 전 총장의 대선 출마에 대해 논평하는 행위 자체가 선거 개입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내부적으론 문재인 대통령의 신뢰와 기대를 바탕으로 고속 승진한 윤 전 총장의 대권 도전을 두고 청와대 일각에선 ‘배신당했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대권 도전을 위해 중도 사퇴한 최 전 원장을 보는 청와대의 속내도 비슷하다.
이가현 박세환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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