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무능한 세력 집권 연장 막겠다”

입력 2021-06-30 04:01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정권교체, 반드시 해내야 한다"며 "정권교체라는 국민의 열망에 부응하지 못하면 국민과 역사 앞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국민 앞에 대선 출사표를 냈다. ‘반문(반문재인) 연대를 통한 정권교체’를 기치로 들었다.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을 지낸 인사 가운데 대권에 도전하는 첫 사례가 됐다. 26년 ‘칼잡이’로 활동한 그는 이제 ‘정치인 윤석열’에게 겨눠지는 검증의 칼날을 대면해야 한다.

윤 전 총장은 오후 1시 서울 서초구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했다. 내년 대선 출마를 명시적으로 선언하지는 않았으나 “정권교체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대권 레이스에 뛰어들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15분가량의 선언문 낭독에서 8번이나 ‘정권교체’를 언급했다.

윤 전 총장은 “산업화와 민주화로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위대한 국민, 그 국민의 상식으로부터 출발하겠다”며 “상식을 무기로 무너진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공정의 가치를 기필코 다시 세우겠다”고 밝혔다. 지금의 문재인정부는 “국민을 내 편 네 편으로 갈라 상식과 공정, 법치를 내팽개쳐 나라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국민을 좌절과 분노에 빠지게 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 정권이 저지른 무도한 행태는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렵다”고도 했다.

문재인정부에서 발탁된 검찰총장이 임기를 채우지 않고 물러나 대권에 도전하는 배경도 “부패하고 무능한 세력이 집권을 연장해 국민을 약탈하는 것을 막는 데 헌신하고 앞장서라는 국민의 뜻”으로 설명하며 “국민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윤 전 총장은 “정권교체를 이루지 못하면 그야말로 ‘부패완판’(부패가 완전히 판침)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며 “정권교체라는 국민의 열망에 부응하지 못하면 국민과 역사 앞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이라고 거듭 정권교체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그러면서 “나라를 정상화시키고 국민이 진짜 주인인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같이하는 모든 사람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권교체를 위해 이른바 ‘반문 빅텐트’를 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제1야당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자유라는 가치, 정치철학 면에서 국민의힘과 생각을 같이한다”고 했다. 입당 여부 질문에는 “향후 제 정치 행보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 서기 전 말씀을 다 드렸다”며 즉답을 피했지만, ‘백넘버 2번을 달고 대선에 나가겠다’는 기본 원칙은 재확인한 것으로 읽힌다. 국민의힘 의원 20여명도 현장을 찾아 윤 전 총장 손을 잡았다.

윤 전 총장은 이른바 ‘X파일’ 논란과 관련해선 “아직 문건을 보지는 못했다”며 “만약 출처 불명의 근거 없는 일방적인 마타도어를 시중에 유포한다면 국민께서 다 판단하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정면돌파하겠다는 뜻이다.

윤 전 총장의 공식 정치참여 선언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문재인정부) 검찰총장을 지낸 사람이 자기부정을 한 게 아닌가. 국민이 평가할 것”이라고 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무능한 검사의 넋두리”라고 깎아내렸다.

지호일 강보현 기자 blue51@kmib.co.kr